오피니언 사내칼럼

[데스크 칼럼/12월 24일] 월 400만원 연금족 건보료 0원?

지난 3일 김관진 국방장관 내정자에 대한 국회 인사청문회장. 민주당 신학용 의원은 김 내정자가 2008년 3월 전역 후 월 400만원이 넘는 군인연금을 꼬박꼬박 타고 한동안 국방과학연구소 자문위원 자격으로 월 300만원의 자문료까지 받았으면서도 큰딸의 직장건강보험 피부양자로 이름을 올려 건보료를 면제받은 것은 문제가 있다고 추궁했다. 하지만 웬만한 근로자의 봉급보다 많은 월 400만원 이상의 군인연금을 타더라도 '사업ㆍ부동산 임대소득이 연간 500만원 이하이거나 이자ㆍ배당소득이 4,000만원 이하'면 직장건보 피부양자가 될 수 있는 게 현행 건강보험제도의 현실이다. 고가 주택에 살더라도 부동산 임대소득이나 없거나 은행에 수억원을 예금했어도 이자소득이 4,000만원이 안되면 피부양자가 될 수 있다. 형평성 잃은 직장 피부양제도 군인연금뿐만 아니라 공무원ㆍ사학연금 수급자 중에서도 상당한 연금을 받는 퇴직자가 많다. 공무원연금 수령자는 지난해 말 기준으로 26만여명(퇴직연금). 1980년대만 해도 연금을 선택하는 공무원 비율은 30~40%대에 그쳤지만 지금은 90%를 넘고, 재직기간이 20년을 밑돌더라도 국민연금 가입기간 등을 합쳐 20년 넘으면 연금을 탈 수 있는 제도가 도입됐기 때문에 앞으로 '고액 연금' 수급자는 빠르게 늘어날 전망이다.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매달 150만원 이상의 연금을 타는 피부양자가 14만명에 이르며 이들을 지역가입자로 편입하면 연간 1,032억원의 보험료를 더 걷을 수 있다고 한다. 2009년 1,429만 근로소득자 가운데 38%(541만명)가 연봉 1,200만원 이하라는 점을 감안하면 피부양자 14만명이 매달 타는 연금은 적은 돈이 아니다. 국민연금의 경우 상대적으로 역사가 짧고 공무원연금 등에 비해 보험요율ㆍ소득대체율이 낮아 최고액 수령자의 연금이 월 124만원이 안되고 100만원 이상 수급자도 8,500여명에 그친다. 4대 공적연금(국민ㆍ공무원ㆍ군인ㆍ사학연금) 수급자 가운데 상당수는 '퇴역 장성 김관진씨'처럼 직장건보에 가입한 자녀 등의 피부양자다. 우리나라 직장가입자 1인당 피부양자가 1.56명으로 프랑스(0.56명)ㆍ일본(1.09명)ㆍ독일(0.3∼0.7명)ㆍ대만(0.72명)보다 훨씬 많아 보험재정 악화의 요인이 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건강보험은 지난해 당기 적자가 1조3,000억원이나 되고 건보료 수입의 20% 상당액을 국고(일반회계와 건강증진기금)에서 지원하던 제도도 내년 말 종료 예정이다. 급속한 인구 고령화와 많은 의료비를 쓰는 퇴직 노인인구의 증가는 건강보험 재정은 물론 후세대에도 상당한 부담을 준다. 보건복지부도 이 같은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해 건보료를 낼 능력이 되지만 직장가입자의 피부양자로 등록된 고액재산가를 지역가입자로 편입시켜 앞으로 건보료를 부과하겠다고 대통령에게 보고했다. 이를 위해 내년 상반기 중 종합부동산세 납부액 등을 기준으로 직장 피부양자에서 제외할 고액재산가 선정기준을 정할 계획이다. 사업ㆍ부동산 임대소득과 이자ㆍ배당소득만을 기준으로 피부양자 여부를 판가름하는 현행 기준에서 보면 매우 이질적인 잣대를 도입하는 셈이다. 5월 직장가입자의 피부양자 1,953만명 가운데 재산 보유자는 453만명, 이 중 6억원 이상 재산 보유자는 5만7,000명에 이른다고 한다. 연금에도 건보료 부과해야 복지부는 또 건보료 상한액을 '평균 보험료의 24배'에서 30배(월 223만6,000원, 회사측 부담액 포함시 447만2,000원)로 올려 월 소득이 6,579만~8,391만원인 고소득 직장가입자 약 2,100여명의 보험료를 최대 48만원 가량 올릴 방침이다. 마찬가지로 172만원이었던 지역가입자의 건보료 상한액도 209만원으로 오른다. 다소 늦은 감은 있지만 다행스런 일이다. 하지만 김 장관의 사례에서 알 수 있듯이 직장건보 피부양자 자격요건에서 연금 같은 고정적 수입을 뺄 경우 제도의 형평성ㆍ실효성 측면에서 상당한 논란이 빚어질 수밖에 없다. 직장가입자들은 근로소득이 다 드러나는 유리지갑인데 비해 지역가입자는 소득파악률이 낮아 건보료를 적게 낸다는 생각하는 가진 사람이 많다. 하지만 연금ㆍ부동산ㆍ이자ㆍ배당소득 등을 포함한 종합소득과 재산ㆍ자동차, 세대원수를 고려해 보험료가 매겨지는 지역가입자와 달리 직장가입자의 건보료 부과기준은 근로소득뿐이다. 부동산ㆍ이자소득이나 자녀ㆍ부모 등 피부양자가 많아도 보험료에 영향을 받지 않는다. 이 때문에 보험료 부과기준에 대한 형평성 논란도 끊이지 않아왔다. 지나치게 복잡한 지역가입자 건보료 부과기준은 단순화하되 직장 건보료 부과대상 소득은 다원화해 가입자 간 형평성을 높이고 지속가능한 건강보험 제도를 만들어가야 한다. 그러려면 건보료를 일부 깎아주는 한이 있더라도 선진국들과 마찬가지로 연금을 건보료 부과기준에 포함시키는 일이 무엇보다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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