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운행권 후순위 발행 러시, 아랫돌 빼 윗돌괴기

"수익성악화될것"… 금융당국 규모·시기 조절 권유에 은행권선 "이중규제" 불만



은행권이 국제결제은행(BIS) 자기자본비율을 끌어올리기 위해 경쟁적으로 후순위채를 발행하자 금융감독 당국은 발행물량을 제한하는 한편 시기도 조절할 것을 권유하고 있다. 금융감독 당국은 후순위채 발행에 대해 못마땅하다는 반응이다. 후순위채가 기본적으로 빚(부채)이기 때문에 ‘아랫돌 빼서 윗돌 괴는 것’이나 다름없다는 입장이다. 반면 은행들은 신BIS협약(바젤2) 시행으로 추락한 BIS 비율을 끌어올리기 위해 만기가 길어 자본으로 인식되는 후순위채 발행이 불가피하다고 하소연한다. ◇감독당국, “후순위채는 채무”=금융감독 당국은 은행권의 잇단 후순위채 발행에 대해 “기본적인 자본확충 없이 빚을 내서 메운다”고 질타했다. 건전성 강화를 위한 기본적인 대책이 될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감독당국의 한 관계자는 “후순위채는 부채나 다름없어 은행들의 체질 강화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외형 확대에만 매달리는 성장전략이 바람직하지 않다는 점에서 후순위채 발행 신청이 들어오면 엄격히 검토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금융감독원은 최근 은행권에 1건당 후순위채 발행 규모를 4,000억원 이내로 제한하는 한편 채권 발행시점이 한꺼번에 몰리지 않도록 시기 조절을 권유했다. 특정 시기에 발행이 몰리면 수요보다 공급이 많아져 발행금리가 상승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감독당국이 후순위채 발행에 불만을 표시하는 것은 후순위채가 적어도 지표상으로는 재무 건전성을 높이는 효과도 있지만 대출재원으로 이용되기 때문이다. 금리가 높아 이자 부담이 큰 후순위채가 대출경쟁 재원으로 활용된다면 은행의 건전성과 수익성을 더 악화시킬 수도 있다. 금감원의 한 관계자는 “실제로 은행들이 후순위채로 확보된 자금을 대출재원으로 활용한 경우가 있었다”며 “재무 건전성을 높인다는 목적으로 후순위채가 발행됐지만 은행 건전성이 그다지 나아지지 않았던 것은 이 때문”이라고 말했다. ◇은행권, ‘이중규제’라며 반발=은행들은 “감독당국이 BIS 자기자본비율 하락에 따른 자본확충을 요구하면서 BIS에서도 인정한 후순위채 발행까지 간섭한다”며 불만을 토로한다. 은행업 감독규정에 따르면 은행은 BIS 자기자본비율을 8% 이상으로 유지해야 하며 그 밑으로 떨어지면 경영개선 권고를 받게 된다. 금감원은 은행의 경영실태를 평가할 때 1등급을 받으려면 BIS 자기자본비율을 10% 이상으로 유지하도록 지도하고 있다. 후순위채 발행은 규정상 감독당국에 사후신고(보고)만 하면 된다. 하지만 은행들은 관행적으로 감독당국과 발행계획을 사전에 협의한다. 은행들이 ‘이중규제’라고 하소연하는 것도 이런 배경에서다. 은행들은 당장 BIS 자기자본비율을 끌어올리려면 추가적인 후순위채 발행이 불가피하다고 주장한다. 올 1ㆍ4분기부터 바젤2가 시행되면서 은행별 BIS 자기자본비율은 적게는 0.30%포인트, 많게는 1.60%포인트나 떨어졌다. 우리은행의 BIS 자기자본비율은 올 3월 말 현재 10.0%로 지난해 말의 11.60%에 비해 1.60%포인트 하락했다. 하나은행도 지난 3월 말 현재 10.24%로 1.51%포인트 떨어졌고 외환은행도 10.10%로 1.34%포인트 낮아졌다. ◇BIS비율 하락 근본해결책 마련해야=은행들도 후순위채 발행을 통한 자본 확충이 BIS비율 하락을 막을 수 있는 근본적인 해결책이 아니라고 인정한다. 후순위채는 본래 은행이 결국 상환해야 할 채무지만 만기(5~30년)가 길어 BIS 기준 자기자본비율을 산출할 때 ‘자본(보완자본)’으로 간주한다. BIS 자기자본비율을 서둘러 끌어올려야 하는 상황에서는 손쉬운 처방인 셈이다. BIS비율을 높이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유상증자이지만 워낙 덩치가 커진 은행들 입장에서는 쉽지 않다. 아울러 리스크 관리를 철저히 해 위험가중자산(부실대출)을 줄이는 게 정도(正道)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김봉식 한국기업평가 금융공공실 책임연구원은 “국내 은행들이 신종자본증권과 후순위채 발행 등을 통해 자본확충을 하고 있지만 바젤2 시행으로 은행들의 운용리스크가 더 커진 만큼 재무구조를 개선하는 한편 내부등급법 사용 승인 등 리스크 관리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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