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9월 26일] 온건 실리노선 지도부 선택한 현대차 노조

금속노조 현대차지부(현대차 노조) 새 지부장에 실리를 중시하는 온건파 후보가 선출돼 노조활동 방향과 민주노총ㆍ금속노조와의 관계변화 여부가 주목된다. 어제 현대차지부장 결선투표 개표 결과 이경훈 후보가 과반수를 넘는 표를 얻어 강경 성향의 후보를 누르고 당선됐다. 이 지부장은 투쟁보다는 조합원들의 권익을 우선시하는 온건파로 꼽힌다. 현대차에서 온건파 후보가 당선된 것은 15년 만이다. 이 후보의 지부장 당선은 현대차 조합원들이 지금까지의 강경투쟁보다는 실리 위주의 노조활동을 주문한 것으로 해석된다. 그동안 민주노총 등 상급단체가 조합원들의 권익과는 관련 없는 정치성 파업에 동원 지침을 내리고 지부 집행부가 이에 따를 때마다 조합원들의 반발의 목소리도 커져왔다. 아예 민주노총을 탈퇴해야 한다는 주장도 만만치 않았다. 이런 분위기가 지부장 선출 투표 결과로 나타난 셈이다. 4명이 출마한 1차 투표에서 이 후보 등 온건파가 1ㆍ3위를, 강성 후보가 2ㆍ4위를 차지한 데서도 변화를 요구하는 조합원들의 표심이 드러난다. 이에 따라 앞으로 노조활동이 달라지고 노사관계도 새로운 양상을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이 후보가 선거과정에서 '금속노조를 바꾸지 못하면 현대차 노조도 무너진다'고 강조해왔던 점을 생각하면 상급단체와의 관계도 변화가 예상된다. 지금 현대차로서는 상생의 새로운 노사관계가 절실히 필요하다. 앞으로 세계 자동차시장에서의 경쟁이 치열해질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글로벌 경제위기 와중에서 현대차는 상대적으로 선전했지만 앞날은 장담하기 어렵다. 빈사상태의 미국 GM은 정리해고자 가운데 3,000명을 내년 중 재채용하기로 했고 일본 도요타도 인력충원 방침을 밝혔다. 강자들이 구조조정을 끝내고 기력을 회복하고 있는 것이다. 아직 기술ㆍ브랜드파워ㆍ생산성 등이 뒤지는 현대차로서는 버거운 싸움이 기다리고 있는 셈이다. 이런 상황에서 파업을 연례행사처럼 벌여온 강경 노조 활동이 앞으로도 지속되면 글로벌 강자로의 도약을 기대하기 어렵다. 현대차 노조가 대립과 투쟁이 아닌 대화와 타협의 노사관계 정립, 더 나아가 우리나라 노동운동을 변화시키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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