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동십자각/11월24일] 식품업계, 선진국 진입 적극 대비를

올해 식품업계는 광우병, 이물질 검출, 멜라민 파동 등 잊을만하면 터지는 사고로 얼룩진 한해였다. 각종 사고만으로도 모자라 하반기에는 이런 사회 분위기를 반영해 불량식품을 고발한 책들이 쏟아졌다. ‘중국식품이 우리 몸을 망친다 (저우칭 지음)’는 멜라민 파동을 예고라도 하듯 중국식품의 생산 과정을 추적, 불량을 넘어 공포스럽기까지 한 중국식품의 실상을 고발했다. 책 제목부터 섬뜩한 ‘슈퍼마켓이 우리를 죽인다’의 저자 낸시 드빌은 슈퍼마켓 매대를 가득 채운 공장 가공식품의 위험성을 경고하면서 ‘식탁에서 가공식품을 치우라’고 주문한다. 급기야 스탠퍼드대 제임스 콜먼 명예교수가 쓴 ‘내추럴리 데인저러스’는 불량식품의 위협 속에서 안전식품의 대명사로 여겨졌던 유기농식품이 오히려 독이 있을 수 있다며 위험성을 주장했다. 도대체 아이들에게 뭘 먹여야 할지 가뜩이나 식품안전을 우려하는 소비자들로서는 이런 책들을 접하면 불안을 넘어 배신감까지 느껴진다. 정부 정책도 더 이상 식품업계에 녹록하지 않다. 보건복지가족부는 내년 3월부터 학교 주변 200m 내에서는 햄버거ㆍ과자류 등 고열량 저영양식품 판매를 금지하고 오는 2010년부터는 오후 5~9시 사이에 TV광고도 금지하는 ‘어린이 식생활안전관리특별법의 시행령 및 시행규칙 제정안’을 마련 중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청은 ‘유전자재조합식품의 표시 기준 개정안’을 입안 예고, 유전자변형식품(GMO) 표시제 강화를 추진한다. 일부 품목에 한정했던 GMO 표시를 모든 식품으로 확대해 아무리 함량이 적더라도 표시하는 내용이 핵심이다. 흔히 소득수준이 높아지면서 선진국 진입 문턱에 있다고 한다. 특히 생활수준이 올라갈수록 소비자들이 먹을거리에 더욱 신경을 쓰고 식품업계에 대한 요구도 높아질 수밖에 없다는 것. 올해 겪었던 각종 사고나 논란이 일회성이 아니라 앞으로 더 거세질 것이라는 얘기다. 식품업계가 경제 개발 시기에 국민 식생활 수준을 높이는 데 일조해온 것이 사실이지만 이제는 선진국 문턱을 넘기 위해 또 한번의 도약이 필요하다. 위험(危)과 기회(機)를 동시에 뜻한다는 요즘 같은 위기 상황에서 식품업계는 불황기 이후를 대비해 적극적인 투자는 물론 소비자와의 소통이 절실한 시점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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