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정몽헌 현대아산 이사회 회장이 생전에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전용 선박과 군사시설인 해군기지 등에서 김 위원장과 5차례의 면담을 가진 것으로 28일 밝혀졌다.
`대북송금` 사건 변호를 맡은 정 전 회장의 변호인이 담당 재판부에 제출한 `국방위원장 면담 일정` 및 `남북경협 사업일지` 등 문건에 따르면 정 전 회장은 지난 98년 10월 故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의 `소떼 방북` 당시 첫 만남을 가진 후 99년10월 통일농구대회 당시 흥남 서호초대소에서 두 번째로 김 위원장을 접견했다.
그는 남북정상회담 이후인 2000년 6월29일과 8월9일, 9월30일 등 남북정상회담 후에도 3차례 김 위원장과 면담을 가졌다.
특히 3, 4차 면담은 외부인의 출입이 금지된 원산 동해함대 해군기지와 원산 인근 호도반도 앞 해상의 위원장 전용선박에서 4시간 이상씩 이뤄진 것으로 돼 있어 파격적이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이 문건에는 또, 김 위원장이 1차 면담에서 “공산당수와 사진 찍는 것은 보안법 위반 아닌가”라고 농담을 한데 이어 4차 면담에서 “모든 투자는 현대를 창구로 현대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며 현대에 대북사업 독점권을 약속한 사실 등 뒷얘기도 담겨있다.
<김지성기자 jskim@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