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롱불 아래서 글만 읽었을 것 같은 선인들도 '보통' 사람이었다. 가족간의 불화나 이상과 현실의 괴리 때문에 고민하는 모습은 예나 지금이나 다르지 않다. 한문학 연구를 바탕으로 고전을 분석해온 안대회 성균관대 한문학과 교수는 인생을 주제로 한 고전 산문 50편을 소개한다. 저자는 이인로ㆍ김낙행ㆍ이규보 등 잘 알려진 학자의 글부터 일반 백성이나 소외된 사람들을 다룬 글에 이르기까지 폭넓게 수집해 우리말로 옮기고 평을 달았다. 책은 시대가 바뀌어도 사람은 바뀌지 않는다는 점을 다양한 일화로 보여준다. 과거시험 준비를 하다 생활전선에 뛰어든 선비는 지금 가정 형편 탓에 고시공부를 포기하고 취업을 하는 학생의 모습에서 찾을 수 있다. 부모님 말에는 무조건 순종할 것 같은 선인들도 부모와 다툼이 있었다는 내용을 읽다 보면 그들의 삶이 더욱 친숙하게 느껴진다. 뇌물이 오가고, 높은 사람에게 아부하며, 벼슬을 얻기 위해 다투고, 시기와 질투 등 다양한 욕망이 펼쳐지는 모습은 우리가 사는 오늘과 별반 차이가 없다. 당나라 사람의 시를 보다가 '몸에 병이 들자 그제야 한가롭다'는 말을 보고 공감했다는 구당 박장원(1612∼71)의 글은 바쁜 생활은 현대인의 전유물이라 여겼던 우리의 생각이 착각이었음을 보여준다. 책은 옛 글에 담긴 지혜와 세상에 대한 성찰은 그 시대만의 것이 아니라 오늘을 사는 우리에게도 해당하는 것이라고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