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알뜰살뜰 모은 '피같은 목돈' 자산관리 서비스로 굴려볼까



김상호(33) 대리는 최근 들어 자산관리 서비스 광고를 꼼꼼히 살펴본다. 알뜰히 저축한 덕분에 3,000만원이나 모았지만 어떻게 굴릴 지 자신이 없기 때문이다. 증권사들이 앞다퉈 '고객님의 목돈을 관리해준다'고 내세우는 데 '도대체 어떻게 관리하는지'를 알아보고 있다. 은행 예금 이자만으로는 만족할 만한 수익을 내기 어려운 저금리 시대다. '테마주 급등'이란 말에 주식 시장으로 눈을 돌려보지만 하루 종일 회사일로 바쁜데 과연 직접 투자에 뛰어들어 성공할 수 있을 지도 의문이다. 펀드 투자를 고민하다가도 '펀드는 묻어두는 김칫독이 아니다'는 광고 문구를 보니 오히려 속이 불편해진다. ELS, DLS도 마찬가지다. 주위 사람들이 '짭짤한 수익을 올렸다'고 하니까 관심을 갖게 됐지만 수익을 올린 자신은 없다. 이러다 보니 전문가가 투자 포트폴리오를 짜준다는 말에 솔깃해질 수 밖에 없다. 하지만 '자산관리'라는 말이 왠지 부담스럽다. '자산관리=강남부자의 전유물'이라는 등식이 머릿속에 자리잡고 있기 때문이다. 3,000만원. 김 대리가 입사 후 5년 동안 알뜰살뜰 모은 돈이다. 속된 말로 '피 같은 돈'이지만 부자들의 자산 규모와 비교하면 푼돈에 불과한데 '제대로 관리해줄까'하는 의문도 생긴다. 하지만 증권사 직원들과 상담해보니 이런 의문은 풀렸다. 고액 자산가들이 증권사들의 VVIP 고객이라는 것은 맞다. 하지만 김 대리처럼 미래 자산가가 될 수 있는 예비 투자자 역시 증권사들이 앞다퉈 선점해야 할 고객이다. 증권사들의 자산관리 서비스를 살펴보면 최소가입 금액이 3,000만원인 곳도 있고, 이보다 더 낮은 1,000만원인 곳도 있다. 아예 최소 금액을 정해놓지 않은 곳도 있다. 증권사들의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는 현재 상황이 오히려 김 대리에게는 즐거운 일일 수 있다. 서비스의 종류가 다양해지는 만큼 비교해서 고를 수 있는 기회도 넓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계좌 하나로 펀드·ELS에 선물·옵션까지 한번에
■ 증권사 '자산관리 서비스' 경쟁
투자자 자산·성향따라 맞춤 서비스 CMA통해 은행보다 높은이율 제공
자산별 수익현황 한눈에 확인 가능 수수료 절감 효과도 누릴 수 있어
'자산관리 서비스'란 증권사의 전문가들이 투자자의 성향과 목적에 맞춰 자산을 주식, 채권, 펀드, ELS, 선물, 옵션, 랩 등 다양한 상품으로 나눠 관리해 주는 것이다. 금융 상품이 다양해지고, 경제 상황에 따라 금융 상품간의 수익률이 큰 차이를 보이기 때문에 전문가가 투자자의 성향에 맞춰 투자 방향을 제안한다. 이른바 맞춤형 투자 자문 서비스인 셈이다. '자산관리 서비스' 시장 경쟁은 올 1월부터 '펀드이동제'가 실시되면서 본격화했다. 증권사들은 '펀드이동제' 시행과 함께 기존 고객은 붙잡고, 신규 고객은 모셔오기 위해 자산관리 서비스를 강화하기 시작했다. 무형의 금융 서비스인 만큼 고객들이 쉽게 인식할 수 있도록 자산관리 서비스를 상징하는 '브랜드'를 내세우고 있다. 대표적인 게 ▦삼성증권 '팝' ▦대우증권 '스토리' ▦한국투자증권 '아임유' ▦대신증권 '빌리브' ▦현대증권 '큐앤에이' ▦우리투자증권 '옥토폴리오' ▦하나대투 '서프라이스' ▦미래에셋증권 '어카운트' ▦동양종금증권 'WMS' 등이다. ◇다른 증권사뿐 아니라 은행 고객도 유치 대상=아직도 자산관리 서비스는 은행, 증권 등 전 금융권에서 고액 자산가들의 전유물로 여기는 사람들이 많다. 물론 고액 자산가들은 자산관리 시장에서 VVIP(Very very important person) 고객이다. 증권사들이 강남을 중심으로 고급 지점을 잇따라 개설하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 들어 자산관리서비스 시장은 투자자의 자산, 나이, 성향에 따라 세분화된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는 방향으로 바뀌고 있다. ▦처음으로 목돈을 굴리기 시작한 젊은 세대 ▦절세를 원하는 거액 자산가 ▦안정적인 자산운용을 원하는 예비 은퇴 세대 등 투자자들의 성향과 투자 목표에 맞춰 서비스를 제공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증권사들이 자산관리 서비스 경쟁에 열을 올리는 이유는 증권사 고객만을 확보하기 위해서가 아니다. 다른 증권사들과의 경쟁에서 한 발 더 나아가 은행, 보험 등 다른 금융권 고객까지 증권사로 발길을 돌리게 하겠다는 야심을 감추지 않는다. 그래서 자산의 규모는 그리 크지 않지만 장기 고객이 될 수 있는 젊은 고객을 유치하는 데도 적극적이다. 고객들이 자산 관리 초기에 맺은 금융회사와의 '인연'을 쉽게 버리지 않을 것이라는 계산에서다. 물론 아직까지 증권사들의 자산관리 서비스는 경험이 많은 은행권에 비해 경쟁력이 떨어지는 편이다. 하지만 앞으로 파생상품을 비롯해 다양한 금융상품, 새로운 금융상품에 대한 고객들의 수요가 확대되면 다른 금융권과의 경쟁에서도 승산이 있다는 게 증권사들의 판단이다. 증권사들의 자산관리 서비스는 CMA를 통해 은행보다 높은 이자를 제공하는 것은 물론 일반 투자자들이 쉽게 이해하지 못하는 복잡한 투자 상품을 설명해주고 추천하는 역할을 한다. 증시 상승과 하락시기에 맞춰 적절한 투자 상품을 추천하기도 한다. 자산관리 서비스를 이용하면 투자자들은 하나의 계좌를 통해 전체 자산 내역을 확인할 수 있다. 주식은 주식대로, 펀드는 펀드대로, 여기저기 흩어져 있는 계좌를 일일이 확인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줄어든다. 또한 투자자는 계좌를 통일함으로써 수수료 절감 효과도 누릴 수 있다. 여러 금융자산의 수익률 현황을 한눈에 쉽게 확인할 수 있는 것도 장점이다. ◇증권사마다 차별적 서비스에 박차=증권사들이 내놓은 자산관리서비스를 들여다보면 아직은 시장 형성 초기인 만큼 차별화에 성공한 상품이 크게 눈에 띄지는 않는다. 그러나 세세히 들여다 보면 증권사에 따라 조금씩 다른 특징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 드러난다. 지난 2007년 국내 증권업계에서 자산관리서비스를 가장 먼저 도입한 우리투자증권은 투자자의 자산규모별로 자산관리서비스를 달리 하고 있다. 고액이 아닌 일반 투자자들을 대상으로 하는 '옥토폴리오 서비스'의 경우 최소 가입 금액은 1,000만원이며 자문 수수료를 받지 않는다. 대신증권의 '빌리브'는 투자 포트폴리오에서 펀드 비중이 높은 투자자들을 타깃으로 하고 있다. 공모형펀드 가입 금액이 2,000만원 이상인 고객에게 CMA금리를 최고 9%까지, 펀드담보 대출금리는 최저 1%까지 우대해준다. 미래에셋증권의 '어카운트'는 관계사인 미래에셋자산운용과 함께 국내외ㆍ주식형ㆍ채권형ㆍ부동산 등 광범위한 펀드에 자산을 배분한다는 특징을 갖고 있다. 대우증권의 '스토리(STORY)', 현대증권의 '큐앤에이(QnA)' 역시 펀드 투자에 관심이 많은 투자자들에게 초점을 맞추고 있다. 대우증권은 이를 위해 업계 최초로 '펀드 리콜제'를 도입했고, 현대증권은 국내 증권사 중 가장 큰 펀드 리서치팀을 운용하고 있다. 삼성증권의 '팝(POP)'은 투자자의 성향과 함께 투자자가 처한 재무적 상황을 고려한다는 특징을 갖고 있다. 예를 들어 최근 선보인 'POP골든에그'의 경우 국공채 투자를 통해 월정액으로 현금 수익이 지급되는 자산관리 상품으로 안정적 목돈관리를 원하는 5060 은퇴자들을 타깃으로 삼고 있다. 또 삼성증권은 가족 단위로 자산을 합산해, 가족 구성원의 총자산이 1억원이 넘으면 가족 구성원 모두에게 VIP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동양종금증권의 'WMS'도 고객 정보를 바탕으로 교육, 결혼, 은퇴 등 생애 전반에 관한 자산관리 자문 서비스를 제공한다. 증권가에 가장 최근에 등장한 자산관리서비스는 한국투자증권의 '아임유'다. '아임유'는 지난 3월 2일 출시한 이후 2주 만에 1,000억원의 자금을 유치했다. 그리고 출시 한 달 만에 가입금액이 2,300억원으로 늘어났다. 거래일 기준으로 하루 평균 100억원이 넘는 자금이 유입된 셈이다. 통상적인 기준으로 자산관리서비스 대상이 되는 금액이 최소 1억원은 될 것 같지만 '아임유'는 최소 가입금액을 3,000만원으로 설정했다. 한국투자증권 관계자는 "운용, 리서치, 컨설팅분야의 전문가들로 구성된 아임유 전담팀을 신설했다"며 "주가 상승 국면에서는 위험자산의 비중을 적극적으로 확대하고 하락 국면에서는 국공채 등 안전자산을 중심으로 운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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