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로터리/8월 13일] 남의 떡이 커 보인다

며칠 전 고속도로에서 운전을 하는데 휴가철 때문인지 자동차가 너무 많아 길이 몹시 막혔다. 안전을 위해 앞 차와 거리를 유지하고 있는데 옆 차로에서 차 한대가 갑자기 내차 앞에 끼어들었다. 조금 가다가 옆 차로가 조금 여유 있어 보이니 그 차는 또 차로를 바꿨다. 한참 후에 보니 끼어들기를 반복하던 그 차는 그다지 멀리 가지도 못하고 내 옆 차로를 달리고 있었다. 별로 소득도 없이 위험한 끼어들기를 반복한 것이다. 남의 떡이 커 보인다고나 할까. 옆차로가 조금만 비게 되면 그 쪽이 더 빠를 것 같아 차로를 수시로 바꾸지만 막혀 있는 고속도로에서 차로를 요리조리 바꾼다고 무슨 소용이 있을까. 각박한 세상을 살다 보면 남의 떡이 커보이는 경우가 많다. 남들이 더 행복해보이고, 친구가 다니는 직장이 더 좋아 보이고, 남이 산 주식은 잘 오르는 것 같고, 남의 물건이 더 좋아 보이고, 남들은 부부싸움도 안 하는 것 같다. 남의 떡이 커보이는 것은 서양 사람도 똑같은 듯하다. ‘울타리 건너편 잔디가 더 푸르게 보인다’는 서양 속담이 있으니 말이다. 이와 반대로 자기 것이 더 좋아 보이는 경우도 많다. 자기 아이가 제일 잘 생긴 것 같고, 쇠고기는 국내산이어야 하고, 골프채는 죽어도 자기가 쓰던 것을 고집하며 빌려 쓴 채로 성적이 좋지 않으면 자기 실력이 모자란다고 얘기하지 않고 빌린 골프채에다 핑계를 댄다. 남의 떡이 크게 보이는 것은 남과의 비교를 통해 자기의 수준을 가늠하고 부러움 속에 분발하게끔 하는 긍정적인 면이 있다. 하지만 이것이 지나치면 여러 가지 문제를 일으킨다. 요즘 우리나라 정보기술(IT)시장에서 남의 떡이 커보이는 분야가 올 하반기 서비스 예정인 인터넷TV(IPTV)와 번호이동이 예정된 인터넷전화(VoIP)시장인 듯하다. ‘경쟁본격화’ ‘쟁탈전’ ‘폭풍전야’ 등 자극적인 용어가 신문지면에 연일 등장한다. 기대도 큰 것 같다. 그러나 두 서비스는 하나의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엄격한 실시간성이 요구된다는 점이다. 이런 특징을 가진 서비스를 실시간에 취약한 인터넷프로토콜(IP)을 기반으로 제공하는 것이다. IP 기술이 그사이 많이 발전하기는 했지만 실시간 서비스를 완벽하게 처리하지는 못한다. 완벽하게 하려면 엄청난 투자비를 감당해야 하기 때문에 경제적인 면에서 IP의 장점이 사라지고 만다. 우리는 좀더 냉정해질 필요가 있다. 세상에 공짜는 없다. 필자가 보기에는 두 서비스 모두 꽉 막힌 고속도로와 같다. 요리조리 차선을 바꿔봐야 별 소득도 없는 것이 아닌지 곱씹어 봐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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