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데스크 칼럼/8월 29일] 올림픽이후 걱정 마세요

K 사장께서 중국 사업에 발을 들여놓은 지 벌써 20년이 다 돼가네요. 사장께서는 한ㆍ중 수교 이전인 지난 1990년 서류가방 하나 달랑 들고 중국에 와 갖은 고생 끝에 적지 않은 규모의 생산공장을 운영하며 승승장구하셨지요. 그동안 사장을 뵐 때마다 저는 대한민국 사람이라는 게 자랑스러웠지요. 이국 땅에서 온갖 난관을 극복하고 성공을 일궈낸 것도 그랬지만 그간의 시행착오를 다른 기업이 밟지 않도록 앞장서서 도와주시는 모습을 보면서 역시 한국사람들은 뭐가 달라도 다르다는 생각을 갖게 됐지요. 무엇보다 자신에게 철저했고 중국 기업은 물론 세계 어느 기업과도 싸워 이길 자신이 있다고 힘주어 말하시던 모습을 볼 때마다 없던 힘도 불끈 솟아나고는 했지요. 그런 사장께서 최근 힘이 많이 빠져 있다는 소식을 전해 듣고 매우 가슴이 아팠습니다. 사장께서는 최근 제게 보낸 e메일에서 중국 경제가 소란스럽고 올림픽 이후가 더 걱정이라고 하셨죠. 앞날도 불투명해 사업을 접는 것을 심각히 고민하고 있다는 말과 함께요. 중국에서 산전수전 다 겪으셨고 탄탄한 기반을 닦으신 것으로 정평이 난 사장께서 그런 생각을 하신다면 다른 한국 기업들의 사정은 보지 않아도 뻔하지요. 사장께서도 그 점을 매우 안타까워하시며 우려하셨지요. 중국에 진출한 기업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고 부정적으로 예상되는 ‘올림픽 이후 효과’로 중국 경제전망이 불투명하다는 소식은 익히 들어 잘 알고 있죠. 실제 올림픽 이후 경기가 갑자기 둔화되는 ‘밸리 효과’가 이미 나타나고 있지요. 주가는 미끄러져 2006년 말 이후 최저 수준으로 고꾸라졌고 부동산시장은 침체의 늪에 빠져들었죠. 기업들의 실적도 급속히 둔화되고 중소기업들의 연쇄 도산 소식도 잇따르고 있죠. 이 모두가 중국 경제가 올림픽 이후 경착륙할 수 있다는 우려를 고조시키는 징후들이고 사장을 어렵게 만드는 요인이겠지요. 하지만 사장께서 남기신 마지막 행간에서 저는 희망을 엿봤죠. 사장께서는 “시각을 조금 달리하면 현재 불거지고 있는 중국 경제에 대한 걱정이 기우(杞憂)가 될 수 있고 또 지금의 위기 상황이 우리에게는 절호의 기회가 될 수도 있다”고 하셨죠. 저도 이 부분에서는 사장과 같은 생각을 하고 있지요. 저는 우선 중국 정부가 급격한 경기하락을 막기 위해 물가안정에 초점을 맞춘 긴축 기조와 성장 유지전략을 적절히 조화할 것으로 확신하고 있지요. 만약 이런 정책 기조가 이어진다면 당분간 8~9%의 성장은 무난할 것이고 이 정도라면 중국의 성장엔진은 여전히 힘차게 가동되겠지요. 내수 확대, 하이테크산업의 성장과 함께 중국 전역에 걸쳐 도시화, 사회간접자본(SOC) 투자가 계속 이어지고 있다는 점도 긍정적이지요. 잠재적인 성장률에 근거한 장기전망이 낙관적인 것도 바로 이 때문이고요. 중국의 이런 모습들은 건설ㆍ철강ㆍ중공업ㆍ서비스 등에서 경쟁력을 키워온 우리에게는 큰 기회가 될 수 있지요. 중국의 경기둔화도 추격의 고삐를 늦추지 않고 있는 중국 기업을 따돌릴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될 수 있고 새로운 사업 기회로도 활용할 수 있지요. 그러자면 깨어 있어야 해요. ‘중국발(發) 쇼크’에 대한 경고음을 두려워하지 말고 위기를 기회로 만들기 위한 긍정적인 자세도 필요하지요. 사장께서 항상 강조하셨듯이 기회는 잡는 자에게는 성공으로 다가 오지만 놓치는 자에게는 위협이지요. 부침이 심한 중국에서 경쟁하기란 갈수록 힘들어지고 경쟁의 강도 또한 더욱 거세질 것으로 보여요. 한국이 더 부지런하게 뛰고 똑똑하게 대처해야 하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지요. 사장께서는 그동안 제게 입버릇처럼 말씀하셨던 “물이 넓어야 물고기가 크다”는 ‘수관어대(水寬魚大)’의 진리를 잊지 않으셨죠. 온갖 풍상 속에서 중국 사업을 일궈왔듯 현재의 위기를 더욱 큰 물고기로 만들어 다시 한번 조국을 위해 큰 일을 펼치세요.

관련기사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