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14일 임진강 수해방지 실무회담에서 유감을 표명하고 유가족에게 조의를 표함에 따라 남북 당국간 대화의 속도가 한층 더 빨라질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북측이 황강댐 무단 방류 이유에 대해 ‘더 큰 피해를 방지하기 위한 불가피한 조치였다’고만 설명하고 구체적인 해명을 하지 않아 임진강 참사의 원인을 놓고 벌어진 논란은 수그러들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또한 북측의 유감 표명으로 남북 관계 정상화를 막아온 큰 걸림돌 하나가 치워지기는 했지만 남북 경색 국면의 가장 큰 배경인 핵 이슈 문제에서 진전이 있지 않는 한 남북 문제의 갈등의 불씨는 여전할 것으로 전망된다. ◇되살아난 남북 대화 불씨= 지난 8월 26~28일 금강산에서 추석 이산가족상봉행사를 위한 남북 적십자 회담이 열리기는 했지만 남북 당국간 정식 회담은 지난 7월 2일 개성공단 3차 실무회담을 끝으로 세달 이상 열리지 못했다. 그 동안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이 북한을 방문해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과 회담을 열고 이어 8월 21일에는 고 김대중 전 대통령의 조문을 계기로 북한 특사단이 서울을 방문하기도 했지만 남북 당국간 공식 대화의 물꼬는 굳게 닫혀 있었다. 최근 남북 대화 경색 국면은 북한이 5월 핵 실험 이후 겉으로는 국제 사회에 유화 제스처를 취하고 남측에는 대화 의지를 강조하면서도 정작 한반도 이슈의 핵심인 북핵 문제에 대해서는 한발자국도 양보하지 않는 태도를 보인 점이 가장 큰 이유로 꼽힌다. 이번 임진강 수해방지와 관련한 실무회담에서 북측이 유감을 표명하면서 남북은 꺼져가는 대화의 불길을 되살릴 수 있게 됐다. 무엇보다 이번 회담에서는 남북 양측이 서로 다른 이유에서라도 회담을 이어갈 필요를 공감한 점은 긍정적인 대목이다. 북측은 최대 관심사인 북미 양자 대화를 유리한 쪽으로 이끌기 위해서라도 남북 대화의 흐름은 유지하는 것이 좋다는 판단을 한 것으로 분석된다. 여기에 16일 열릴 적십자 회담의 경우 쌀과 비료 지원 등 인도적 대북 지원을 의제로 삼을 수 있다는 점도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풀이된다. 우리 정부는 최근 원자바오(溫家寶) 중국 총리의 방북 등으로 국제사회의 대북 정책이 제재보다는 협상 국면으로 바뀌고 있는 만큼 북측과 최소한의 대화 흐름은 이어가는 것이 유리하다는 계산을 한 것으로 보인다. ◇북핵 문제 진전 따라 남북 관계 급물상 전망= 남북이 그 동안 밀린 과제를 한꺼번에 처리하듯 이번 회담에서 빠른 진도를 보인 것은 사실이지만 남북 관계의 핵심 사안이 북핵 문제에 구체적 진전이 없는 상황에서는 남북 대화가 겉핥기 식으로 진행될 가능성이 적지 않다. 북측으로서는 김 위원장이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과 약속한 개성·금강산 관광 재개를 앞으로 열릴 회담의 의제로 삼을 공산이 크다. 하지만 우리 정부로서는 북측이 핵 폐기 관련 보단 진전된 의지를 천명하고 분명한 6자회담 참가 의사를 표명하지 않는 한 남북 협력의 가속 페달을 밟기는 힘들어 보인다. 일단 이번 회담에서 남북은 차기 회담 개최에 합의하고 추후 일정을 계속 논의하기로 해 추가 대화의 여지는 남겨뒀다. 일각에서는 북핵 문제의 실타래가 풀릴 경우 장관급 등 고위급 남북 대화가 개최될 가능성도 조심스럽게 제기하고 있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북한이 8월 이후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의 평향 초청과 현 회장의 방북 등으로 대외 전략에서 변화 모습을 보이고는 있지만 핵 폐기 사안에서 진정성있는 변화 의지가 있는지는 확신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앞으로 남북 추가 회담이 진행될 경우 북측의 진의를 확인하는 자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홍병문기자hbm@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