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금융위기 해법' 백가쟁명 예고

부시 "규제가 만병통치약 아니다" 선 그어<br>유럽 "100일내 2차 회의 열어 결론 내자"<br>신브레턴우즈 체제등 새 질서 합의 힘들듯

”역사적으로 정부의 시장 개입이 덜할수록 경제성장률은 높았다. 정부의 규제가 만병통치약은 아니다.” 조지 W 부시 미 대통령은 13일(현지시간) 뉴욕 맨해튼연구소에서 행한 연설에서 자본주의의 기본원리를 옹호하며 시장에 대한 정부개입의 위험성을 지적했다. 그는 이 자리에서 “금융시스템의 개혁 문제는 너무 큰 과제”라고 전제하면서 “이번 G20 정상회의도 금융개혁이란 최종 목표로 나아가기 위한 출발선”이라고 선을 그었다. 이 같은 그의 발언은 이번 회의에서 시장규제의 틀을 만들어 국제 금융질서의 새 판을 짜자고 벼르고 있는 프랑스 등 유럽과 중국ㆍ러시아 등을 견제하고자 하는 포석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프랑스 등 유럽은 지난 1944년 출범한 국제통화기금(IMF)ㆍ세계은행(IBRD)으로 상징되는 ‘브레턴우즈 체제’가 미국발 금융위기 대처에 한계를 드러냈다며 이를 대체할 ‘신브레턴우즈체제’ 등 새로운 국제금융질서를 구축하려는 움직임을 본격화하고 있다. EU 순회의장국인 프랑스의 니콜라 사르코지 대통령은 13일 “20세기 시스템을 21세기에 유지할 수 없다”면서 “2차 세계대전 후 기축통화 역할을 해왔던 달러화가 더 이상 그런 지위를 유지해나갈 수 없을 것”이라며 브레턴우즈체제의 기반인 달러화의 패권을 거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에 앞서 유럽은 지난주 EU 정상회의를 열어 ▦ 미국의 이해관계를 대변하는 국제신용평가기관의 투명성을 제고하고 ▦ 은행의 높은 리스크가 따르는 투자를 제한하고 ▦ 국제투기자본들의 조세피난처로 이용되는 국가에 대한 규제를 요구하는 내용의 공동안을 마련했다. 이와 관련, 파이낸셜타임스(FT)는 “영국과 프랑스 등 유럽계 5개국 정상들은 이번 회담 후 앞으로 100일 이내에 제2차 정상회의를 개최하기를 기대하고 있다”며 “이번 회의에서는 다음 회의에서 결론을 내도록 새 금융질서의 밑그림을 만들 것을 요청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중국도 이번 G20 회의를 통해 글로벌 금융시스템을 개혁할 것을 주도적으로 제기함으로써 세계 경제체제 속에서 중국의 위상 확대를 모색한다는 복안이다. 14일 중국 현지 언론들은 G20 회의에 참석하는 후진타오(胡錦濤) 국가주석이 IMF와 같은 국제금융기구에서 개도국의 역할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글로벌 금융시스템을 개혁하는 방안을 집중 제기해야 할 것이라고 주문했다. 중국현대국제관계연구원 세계경제연구소의 천펑잉(陳鳳英) 소장은 “현재의 국제금융시스템은 불공평하고 불공정해서 절대다수를 차지하는 개도국의 입장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면서 “중국은 이번 G20 회의에서 ‘공평ㆍ공정ㆍ포용ㆍ질서’를 기치로 한 새로운 국제금융체계를 제창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 정부도 중국의 적극적인 역할을 공언하고 있다. 친강(秦剛)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전날 브리핑에서 “감독과 예보 기능 강화 등 국제금융시스템의 전면적이고 효과적인 개혁을 통해 공평ㆍ공정하고 질서 있는 금융시스템을 확립해야 한다”면서 “중국은 IMF와 같은 국제금융기구에서 각국과의 협력을 강화하고 능력 안의 범위에서 적극적인 역할을 수행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앞서 허야페이(何亞非) 중국 외교부 부부장도 최근 후 주석의 해외 순방 일정을 소개하는 자리에서 “중국은 G20 회의에서 개발도상국 지원을 역설할 방침”이라고 밝힌 바 있다. 전문가들은 그러나 미국과 유럽, 선진국과 신흥국 간의 이해관계가 크게 엇갈리고 있어 이번 회의에서 이른바 ‘신브레턴우즈’ 체제 등 IMF를 대체할 새로운 국제금융기구 설립 등이 가시화될 정도의 합의점을 찾기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기껏해야 참가국들은 글로벌 금융위기로 드러난 국제 금융 시스템의 허점을 보완하고 금융위기에 대처하기 위한 국가 간 정책공조를 확대하는 방안 등을 모색하자는 원칙적인 의견을 피력하는 데 그칠 것으로 보인다. 파이낸셜타임스는 “금융위기 원인에 대한 진단과 향후 전망에 대해서 각국의 인식차가 노출되고 있다”면서 “금융 개혁을 위한 토대는 만들어야 하지만 새로운 금융시스템의 구축과 시장 규제 강화에는 상당한 시간과 진통이 따를 것”으로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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