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은평뉴타운 분양 1년 연기] 후분양제 도입하려면

현행 제도로는 부작용 우려 청약제·값 결정방식 손봐야<br>원가검증 논란 줄고 품질개선 장점불구 중소업체 위축·지역별 공급편중 초래



서울시가 SH공사의 모든 아파트를 전격 ‘후분양제’로 공급하기로 함에 따라 향후 정부나 다른 지자체의 공공분양이나 일부 민간택지 아파트로도 제도 도입을 앞당기라는 시민단체 등의 요구가 확산될 전망이다. 서울시의 후분양제 전면도입 방침은 일단 소비자들로서는 수억원짜리 제품을 보지도 못한 채 미리 사야 하는 기형적 공급시스템을 정상화시키는 계기를 마련했다는 점에서는 긍정적인 평가를 얻고 있다. ‘주무부처인 건설교통부는 공공택지 아파트에 대해 내년부터 오는 2011년까지 단계적으로 후분양제를 확대하는 로드맵을 마련해놓은 상태다. 하지만 서울시의 이번 전면도입 조치로 정부의 도입일정이 다소 앞당겨질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업계는 관측하고 있다. 후분양제 도입이 가져올 가장 큰 효과는 선분양 단계에서 나타날 수 있는 ‘원가검증’ 논란이 크게 줄어들 것이라는 점이다. 공정이 사실상 대부분 마무리된 80% 공정률 상태에서는 상대적으로 면밀한 분양원가 분석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박재룡 삼성경제연구원 수석연구원은 “선분양제도하에서는 모든 비용을 미리 추산해야 하기 때문에 원가검증 자체가 무리”라며 “후분양제가 도입되면 이 같은 불투명성이 많이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또 소비자가 거의 다 지어진 아파트를 직접 보고 구매 여부를 결정할 수 있기 때문에 신규분양 시장에서 ‘바잉파워’가 커질 것으로 기대된다. 하지만 후분양제를 도입하려면 현행 주택청약제도나 분양가 결정방식 등 제도 개선이 함께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모든 주택공급제도가 ‘선분양’을 전제로 운영돼온 만큼 주택공급시스템도 손질돼야 한다는 것이다. 또 업계의 초기자금 부담이나 회수기간도 함께 늘어나는 만큼 자칫 후분양제가 분양가 상승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중견 주택업체인 A사의 한 관계자는 “후분양제로 분양시기가 2년 정도 지연되면 업체가 부담하는 추가 비용은 단순한 금리나 물가 상승분보다 훨씬 커진다”며 “분양가격도 크게 올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업계는 특히 후분양제가 도입되면 ‘원가’ 중심의 가격결정시스템도 주변시세 등 ‘시장’ 자율에 맡겨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D사 관계자는 “업체로서는 초기자금 부담이 커지고 자금회수기간도 그만큼 길어지는 만큼 리스크 요인도 크게 늘어난다”며 “단순 원가 중심 가격결정시스템은 리스크 비용이 반영될 수 없는 구조”라고 지적했다. 후분양제가 정부ㆍ지자체 등 공공기관뿐 아니라 민간 사업으로 확대될 경우 대ㆍ중소업체간 차별화를 가져올 것이라는 목소리도 높다. 대한주택건설협회의 한 관계자는 “후분양제가 확대될 경우 그만큼 중소업체들의 입지는 위축될 수밖에 없다”며 “중장기적인 주택수급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부지매입ㆍ인허가 등 사업 초기 리스크가 커져 상대적으로 신용등급이 낮은 중견ㆍ중소업체들로서는 금융권의 프로젝트파이낸싱(PF)을 통한 자금동원이 어려워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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