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지자체 외자유치 '주먹구구'

사업 타당성 검토등 준비 뒷전 "발표부터"지방자치단체들의 외자유치가 주먹구구식인 것으로 드러났다. 지자체가 대규모 외자유치 사업을 추진하면서 사업 타당성 검토 등 사전준비 소홀로 인해 중도에 사업이 무산되거나 지연되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11일 각 지자체에 따르면 인천ㆍ부산ㆍ울산시ㆍ충남 등 광역단체들은 IMF 이후 외자유치를 위해 각각 관광위락단지ㆍ연육교ㆍ경전철ㆍ신항만 건설 등 굵직한 프로젝트를 발표하고 외자유치에 나섰으나 대부분 성사단계에서 무산되거나 무기한 연기된 상태다. ◆ 지자체 준비 소홀 울산시는 신항만 사업에 외자유치를 선언해놓고 준비 소홀로 성사단계에 있던 15억달러의 대규모 외자를 놓쳤다. 모두 1조4,000억원의 자금이 투입되는 울산 신항만사업에 싱가포르 투자공사와 독일 ARGE사가 컨테이너 부두와 배후 물류단지 건설에 투자의사를 밝혔으나 울산시가 컨테이너 부두 등 수익보전방안에 대한 자료제시를 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또 4.66㎞의 울산대교 건설 역시 독일 W&F사가 3억달러를 투자하기로 했으나 울산시가 당초 준공시 통행예상 차량을 하루 평균 3만여대로 추산했다가 실사과정에서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는 용역결과가 나와 외자유치가 물거품이 됐다. ◆ 공사 지지부진 속앓이 인천시와 투자계약을 체결한 프랑스 아키에스사는 컨소시엄을 구성해 3억5,000만달러를 투입, 용유도 을왕리에 해상호텔을 지난해 2월 착공하기로 했으나 자금부족으로 11월이 돼서야 공사에 들어갔다. 그러나 아키에스사는 해상호텔 공사의 가장 기본인 물막이 공사 등은 엄두도 내지 못한 채 현장사무실 건축공사만 하고 있는 상황이다. 지역 건설업계는 "착공 후 수개월이 지났는데도 물막이 공사에 착수도 하지 않은 것은 본 공사로 볼 수 없다"며 자금이 확보되지 않아 시간을 끄는 것이 아니냐고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 사업 타당성도 안 따져 유치 무산 충남도는 총 6,295억원이 소요되는 보령과 안면도를 잇는 연육교 건설 외자유치 사업을 발표하고 지난 99년부터 외자유치에 나섰으나 아직까지 사업 참가를 희망하는 업체가 없다. 수익 등 사업 타당성을 제대로 따져보지도 않고 외자유치를 공언했다가 사업 자체가 어려움에 빠져 있다. 또 부산 해운대구 센텀시티~기장군 동부산관광단지(22㎞) 경전철도 부산시와 캐나다의 봄바르디에사가 2000년 9월 양해각서를 체결한 후 사업의향서를 제출했으나 이후 시의 사업계획이 잡히지 않아 지지부진한 상태다. ◆ 외자유치 신중한 접근 필요 지자체의 외자유치는 사회간접자본(SOC) 시설이 대부분이다. 따라서 지자체가 사업을 벌이기 전 신중한 검토와 정확한 수요예측 등을 해야 한다. 그러나 대부분의 지자체는 열의만 앞서 외국업체와 협상에 들어가기만 하면 우선 발표부터 하고 본다는 것이다. 산업자원부의 한 관계자는 "외국업체와의 협상은 '돌다리도 두드려보라'는 우리 속담처럼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며 "외자유치는 우리의 투자환경 여건이 세계 어느 나라에도 뒤지지 않는 만큼 계획단계부터 확실한 기준을 세우고 일관되게 밀고 나가야 성공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사회부

관련기사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