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남의 땅, 우리 기름] 석유·가스처리시설 '롱도이 플랫폼'

한국에서 발주·건설 "플랜트 수출에도 도움"


남지나해 끝자락에 외로운 섬처럼 박혀 있는 롱도이 가스전 현장에는 22명의 한국인 이외에도 반가운 것이 또 있다. 현장 근무자들의 보금자리이자 석유와 가스를 끌어올려 맨 처음 이를 처리하는 ‘플랫폼’이다. 해수면에서 최고 높이 120m, 최대 폭 170m(다리 포함)를 자랑하는 이 플랫폼의 이름은 가스전 명칭을 따 롱도이지만 고향은 대한민국 울산이다. 현대중공업이 설계부터 플랫폼 건조까지 한국에서 마치고 직접 바지선에 실어 동해에서 이곳까지 끌고 왔기 때문이다. 롱도이 플랫폼은 석유와 가스를 끌어올리는 웰(well) 위에 위치한 ‘정두 플랫폼’과 헬기 이착륙시설, 거주시설 및 안전설비, 끌어올려진 원유와 가스ㆍ물 등을 분리하는 생산물 처리시설이 모여 있는 ‘생산플랫폼’, 그리고 양 플랫폼을 연결하는 다리 세 부분으로 크게 구성돼 있다. 플랫폼 내 거주시설은 화장실ㆍ휴게실ㆍ침실 등이 모두 갖춰져 있지만 공간 효율성을 최대한 살린 컴팩트형이었다. 이승국 석유공사 롱도이가스전 개발팀장은 “정두 플랫폼에 ‘크리스마스 트리’가 있는데 이것이 플랫폼에서도 가장 핵심 시설”이라고 소개했다. 최대한 많은 양의 원유와 가스를 뽑아내기 위한 조정기구인데 생김새가 크리스마스 트리처럼 생겨 유전개발업계에서 공통적으로 쓰는 은어다. 롱도이 플랫폼은 울산에서 2004년 10월부터 2006년 8월까지 22개월여에 걸쳐 건조돼 지난해 8월 말 2주일의 항해를 마치고 이곳에 도착했다. 공사금액만 1억3,600만달러에 달해 총 몸값은 2억달러가 넘는다. 롱도이 가스전이 해외에서 우리나라가 키를 잡고 처음 개발한 가스전이니 롱도이 플랫폼 역시 해외에서 한국이 발주해 한국이 건설한 첫 플랫폼이다. 국내에선 동해 가스전을 석유공사가 개발해 플랫폼을 역시 현대중공업이 건설한 사례가 있다. 롱도이 플랫폼에서 만난 양창우 현대중공업 해양사업부 부장은 “해외에서 우리 기업이 유ㆍ가스전을 개발하면 석유와 가스 생산을 통해 오일머니를 벌 수 있을 뿐 아니라 플랜트 수출도 용이해져 꿩 먹고 알 먹는 셈”이라고 말했다. 양 부장은 “중동ㆍ아프리카 등에서 유전을 개발하는 메이저나 산유국에 플랜트를 수출하는 것보다 한국기업의 유전에 더 많은 석유ㆍ가스 생산시설을 팔 수 있는 날이 왔으면 좋겠다”면서 “플랜트업체도 우리 기업이 발주할수록 유ㆍ가스전 생산시설에 대한 기술력 향상과 축적이 더 쉽다”고 귀띔했다. 석유공사는 추정매장량 20억배럴 규모의 나이지리아 해상 유전이나 이보다 포텐셜이 훨씬 큰 러시아의 서캄차카 유전 개발이 본격화하면 제2, 제3의 롱도이 플랫폼이 쏟아질 것으로 전망했다. 이런 이유 때문에 현대중공업ㆍ경남기업 등 플랜트ㆍ건설업체들도 최근 해외유전 개발에 일부 지분을 확보해 공동 사업권자로 나서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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