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비화 게임리그] '별명 붙여주기'로 스타만들기

[비화 게임리그] '별명 붙여주기'로 스타만들기 며칠 전 연말연시 준비를 하느라 모 백화점에 들렀다. 주차장에 들어서려는데 그곳에서 주차 티켓을 나누어 주는 아가씨가 "정일훈씨죠?" 한다. 너무나 스스럼 없고 반가운 인사에 그만 "네? 어떻게 아셨어요?" 하고 말았는데, 이 아가씨가 "저 게임 좋아해요." 하는 거다. 방송을 시작한지 7년째를 채우고 말았는데, 기실 남이 알아주기는 '게임을 하고부터'다. 필자가 이럴진대 게임 중계방송의 주인공인 '프로게이머'들은 어떻겠는가. 변성철, 최인규, 기욤패트리, 강도경, 김동수, 김동준 등 인기 프로게이머들은 프리챌이나 다음에 여지없이 팬틀럽이 형성되고 온/오프라인으로 모임을 가지며 선수들을 응원하러 삼삼오오 경기장을 찾기도 한다. 올해 최고 스타중의 한명인 강도경 선수의 팬클럽 회원은? 무려 1천명을 넘어섰다. 이들은 분명 디지털 시대의 신문화를 이끄는 새로운 스타의 모습일 것이다. 그러나 이들이 처음부터 스타였을까? 스타는 태어나는 것이 아니라 만들어지는 것이라 했다. 1년 전, 정확히는 99년 12월 30일. 한국 최초의 프로 게임리그인 투니버스의 코리아오픈 결승전이 있었다. 10월에 첫 방송을 시작한 이래 매회 시청률은 한국 케이블 기록을 새로 쓰고 있었고, 온 나라에 스타크래프트 열풍이 불고 있었다. 결승에 오른 선수는 최진우 선수와 국기봉 선수. 당대에 유명한 테란과 프로토스 선수인 이기석과 김태목선수가 3,4위전을 치렀다. 이것은 그다지 예상된 결과는 아니었다. 당초 예상은 아무래도 '쌈장' 이기석과 '당대의 고수' 김창선 등의 선수에게 결승전 기대를 걸고 있었다. 해서 결승진출자가 이 두 선수로 결정되었을 때 흥행에 조금은 신경이 쓰였다는 점을 고백한다. 그러나 그것은 필자의 기우였다. 5판 3선승제, 다섯 판을 꽉 채운 그날의 경기에서 이 두 선수는 그야말로 '프로란 이런 것이다.'라고 보여주는 경기를 해냈고, 그 경기는 전국의 게임 팬을 열광시켰으며 케이블TV 사상 경이적인 42%의 시청 점유율을 기록했다. 최진우와 국기봉, 대회 전에는 무명에 가까웠던 두 선수가 한국을 대표하는 프로게이머로 탄생하는 순간이었다. 비단 이 두 선수 뿐만이 아니라 그 당시 대부분의 선수들이 무명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언제 사람들에게 알려질 기회가 있었던가? 그래서 필자가 생각해 낸 것이 '별명 붙여주기'였다. 방송 중계때 선수들을 기억할 만한 특징을 집어서 별명/애칭으로 불렀고 사람들이 선수들을 기억하게 했다. 국기봉 선수에게는 '살아있는 히드라리스크'라는 별명을 붙여주었다. 이기석 선수에겐 '쌈장'의 캐릭터를, 김태목 선수에게는 곱상한 외모에 어울리지 않는 '하드코어 질럿 러셔'의 이미지를 부각시키려고 애를 썼다. 대회가 진행되면서 조금씩 선수들의 스타일이 만들어져 갔다. 처음에는 스타크래프트를 보려고 채널을 맞추던 사람들이 점점 스타플레이어의 모습을 보려고 그렇게 했다. 필자는 이를 두고 "'스타'가 '스타'를 살린다"고 했다. 종종 게임 중계의 노하우를 묻는 사람들이 있는데, 필자가 타 게임 캐스터와 다른점을 굳이 찾는다면, 선수들의 특징을 파악하고 시청자가 흥미를 느낄 캐릭터로 만들며 대결과 상생의 구도로 계속 이야기를 만들어 간다는 점. 아마도 이런 점일 것이다. 언제 어떤 스토리로 이어질지 모르는 승부의 드라마. 그러나 그 안에도 누군가의 노력은 필요한 법이다. 어느 분야나 스타는 필요하다. 관객은 스타의 모습에 열광하고 스타를 보러 경기장을 찾는다. 그러나 누가 스타냐 보다 더 중요한 것은 과연 그 스타를 만들어 낼만한 시스템은 갖추어져 있느냐 하는 점이다. 한국 프로 게임. 물론 짧은 기간동안 눈부신 성장을 해왔다. 이제는 많은 사람들이 오랫동안 게임을 하나의 스포츠로서 즐길 수 있도록 든든한 하부구조를 만들어가는 일일 것이다. 정일훈 방송MC·게임캐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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