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불황에 강한 세계일류기업] 패스트 리테일링

양질 초저가로 日 의류업계 평정 >>관련기사 면바지 1,900엔, T셔츠 1,000엔, 캐주얼 자켓 1,900엔‥‥. 최근 3년 동안 일본에서 무서운 속도로 성장해 온 의류점 '유니크로'와 그 운영회사인 '패스트 리테일링'. 우리나라에서도 심심치 않게 거론되는 일본의 대표적인 '불황대응형'기업이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상상도 못했을 초저가에 양질의 의류와 잡화를 판매하는 유니크로는 경기 침체에 신음하는 일본에서 '유니크로 현상'이라는 신조어를 낳을 정도로 폭발적인 인기를 모았다. 99년에 850만장, 지난해에는 1,200만장이 팔렸다는 유니크로 최대의 히트상품인 '후리스'라는 방한 자켓을 비롯해 대다수 일본인이 한 벌쯤은 갖고 있다는 유니크로 브랜드. 도쿄의 번화가에 자리잡은 유니크로 매장에서는 10대 학생부터 60~70대 노인들까지 바구니 가득 옷을 담은 수십명의 고객이 계산대 앞에서 차례를 기다리는 모습을 흔히 볼 수 있다. 최악의 불황과 싸우며 허리띠를 졸라매고 있는 일본인들에게 유니크로는 의류비 지출을 절감시켜 주는 일등 공신이다. 최근 유니크로의 성장세를 볼 때, 패스트 리테일링은 다른 여느 업종보다도 심각하게 불황의 타격을 입고 있는 소매업계를 '평정'한 상태다. 지난 2월까지의 중간결산 당시 퍼스트리테일링의 매출액은 전년동기대비 2.3배 늘어난 2,177억엔. 경상이익은 72% 늘어난 1,040억엔에 달했다. 8월 최종결산에서는 매출액이 4,000억엔을 돌파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가계소비 부진으로 다른 소매업체들이 악전고투하는 것을 감안하면 그야말로 독주(獨走)다. 불황 경제에서 유니크로가 이처럼 인기몰이를 하는 이유는 '패스트 리테일링(Fast Retailing)'이라는 회사명에 집약돼 있다고 볼 수 있다. '빠른(Fast)', '소매(Retailing)'라는 영어단어로 지어진 이 회사이름은 '패스트푸드'의 개념을 소매업에 도입한다는 의미이다. 패스트푸드의 개념이란 ▦언제, 어디서나, 누구나 접할 수 있고 ▦어느 점포에서든 같은 제품과 서비스를 제공하고 ▦독자적인 제품을 기획, 개발, 판매하고 ▦한 품목을 대량생산해 싸게 제공한다는 것. 현재 일본의 어느 지역에서든 빨간 정사각형 바탕에 흰 고딕체로 'UNIQLO'라는 글자가 적힌 유니크로 로고는 없는 곳이 없을 정도다. 지난 84년 히로시마시에 1호점을 내면서 출발한 유니크로 점포는 8월 현재 507개로 늘어났다. 매장뿐 아니라 카탈로그를 통한 통신판매와 온라인 점포도 운영하고 있으니, 말 그대로 언제, 어디서든, 누구나 유니크로 제품에 접할 수 있는 셈. 특히 유니크로가 의류비를 파격적으로 끌어내리며 초고속 성장을 달성한 직접적인 원인은 마지막 두 가지 항목에서 찾아볼 수 있다. 패스트 리테일링은 독자적으로 제품의 기획ㆍ개발, 판매까지 하되, 비용절감을 위해 생산은 중국 등 생산비용이 적게 드는 나라에 발주하는 '제조형소매업(SPA)'을 일본에 처음으로 정착시킨 기업. 유니크로 제품의 80%는 중국, 나머지는 인도네시아나 베트남 등 인건비가 낮은 동남아 국가들에서 만들어진다. 일본 국내에는 단 하나의 생산공장도 없다. 원가 절감을 위해 품목과 소재에도 제한을 두고 있다. 유니크로 매장에는 개성이 돋보이는 옷은 찾아볼 수 없다. 유니크로가 만드는 제품은 사람들이 일상에서 가장 많이 입는 '기본 스타일'. 유니크로는 다양한 색상의 지극히 평범한 옷을 수백만, 수천만장 단위로 대량생산함으로써 원가를 낮추는데 성공했다. 하지만 유니크로 인기의 진짜 비결은 이처럼 싼 값에도 불구하고 질이 괜찮다는 것이다. 패스트 리테일링은 생산을 중국의 공장에 일임해서 이를 전부 사들이는 방식을 취하는 대신 현지의 생산과정을 철저하게 관리한다. 이를 위해 염색이나 방적, 봉제, 공장관리 등 각 분야에서 30~45년의 오랜 경험을 쌓아 온 일본인 '베테랑' 기술자팀을 현지에 파견, 각 공정별로 기술지도를 하고 있다는 것. 이것이 패스트 리테일링이 자랑하는 '장(匠)프로젝트'이다. 이제 패스트 리테일링은 이 같은 SPA방식을 활용해 다른 사업분야로 발을 넓히려 하고 있다. 특히 미국이나 중국 등의 대규모 농장에서 제품을 조달해 초저가 식료품점을 운영하는 등의 방안이 검토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양산업인 의류업계에서 독자적인 비즈니스 모델을 구축, 수직 성장곡선을 그려 낸 패스트 리테일링. 스스로가 설명하듯, '메이커도 소매업체도 아닌' 새로운 산업을 개척한 이 '불황대응형 기업'은 10년 뒤 매출 2조엔이라는 야심찬 목표를 향한 발걸음을 늦추려 하지 않고 있다. 신경립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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