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0년대 말 도쿄 땅값을 합하면 미국 캘리포니아 땅값보다 비싸다던 일본 부동산 버블은 90년 3월에 도입된 주택대출 총량 규제에 의해 무너졌고, 그 결과 일본은 10년 장기 불황에 빠졌다.
일본은 ‘땅값은 절대 떨어지지 않는다’는 토지불패 신화를 근거로 83년 도쿄 도심을 시작으로 91년까지 도쿄 전역과 대도시ㆍ지방 등으로 땅값 급등현상이 퍼져나갔다. 금리 자유화에 따른 저금리 대출과 대규모 무역흑자에 따른 연10% 넘는 통화량 증대로 부동산 버블은 전국으로 확산됐고 금융권이 과당경쟁에 나서면서 기름을 부었다.
84년부터 90년까지 연평균 땅값 상승률은 27.7%. 6대 도시 평균지가가 3배 이상 급등했다. 버블이 극에 달했던 86~87년 은행들은 부동산 가격의 추가상승을 고려해 시가의 110~120%까지 대출을 해줬다. 그 결과 87년 말 일본의 부동산 가격은 1,702조엔으로 일본보다 25배나 넓은 미국의 406조엔보다 4배나 많았다.
뜨거운 부동산 열풍 앞에서는 백약이 무효였다. 89년 5월부터 90년 8월까지 15개월 동안 금리를 연2.5%에서 6%까지 끌어올리고 토지거래허가제도 강화, 양도세 중과세 등 규제를 실시했지만 큰 효과를 얻지 못했다.
급기야 90년 3월 일본 정부는 금융기관의 부동산 대출증가율을 자산범위 이내로 제한하는 총량규제를 선택했다. 부동산 수요는 원천적으로 봉쇄됐고 투기목적으로 구입한 부동산은 매물로 쏟아졌다. ‘절대 초과수요’ 였던 부동산 시장이 ‘초과공급’으로 역전됐다.
총량규제 후 98년까지 일본 6대 도시의 땅값은 연평균 16.4% 하락했다. 90년부터 3년 동안 534조엔의 땅값이 사라졌다. 가계 140조엔, 기업 180조엔이 날아갔다. 부동산 버블 붕괴가 경기침체와 불황으로 이어지면서 기업 도산도 늘었다. 은행의 부실채권도 66조엔까지 늘었다.
박덕배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일본이 총량규제라는 극약처방을 2년 동안 유지해 10년 불황을 맞았다”며 “우리 정부는 미세정책을 통해 연착륙을 유도하면서 경착륙에 대비한 대책을 서둘러야 한다”고 주장했다. 일본이 버블 붕괴 이후 뚜렷한 대책을 내놓지 못해 장기불황의 늪에 빠졌었다는 설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