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오늘의 경제소사/2월4일] 몬태규 노먼

‘최장수 중앙은행 총재.’ 지난달 말 퇴임한 앨런 그린스펀이 아니다. 미국 1위는 윌리엄 마틴. 그린스펀보다 4개월 긴 재임기록을 갖고 있다. 대상을 넓히면 마틴 역시 밀려난다. 부동의 1위는 몬태규 노먼. 1920년부터 1944년까지 잉글랜드은행 총재를 지냈다. 설립(1694년) 이래 노먼 이전까지 잉글랜드은행 총재는 110명. 평균 2.1년씩 총재직을 지켰다. 노먼의 비결은 무엇일까? 운칠기삼(運七技三). 본인의 노력도 있었지만 운이 좋았다. 노먼은 ‘출산이라는 제비뽑기’부터 운을 타고 났다. 친조부와 외조부가 각각 잉글랜드은행 이사와 총재를 지낸 명문가 출신(1871년 출생)이다. 가업 격인 잉글랜드은행에서 탄탄대로를 걷던 그는 총재 직무대행이던 1919년 찾아온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1차대전 직전보다 3배 이상 오른 물가로 비상이 걸린 상태에서 금본위제도로의 복귀를 강력히 주장한 것. 마침 재무부 장관이던 윈스턴 처칠은 골치 아픈 금융개혁 과제를 노먼에게 맡겼다. 금본위제도 입법과정에는 5년이 걸렸다. 부작용에 대처하는 데도 그만큼 시간이 흘렀다. 노먼의 임기는 자연스레 이어졌다. 세계의 불행이었던 1929년 뉴욕발 경제대공황과 영국의 금본위제도 포기(1931년)도 노먼의 임기 연장에 도움을 줬다. 위기의 순간에 금융 최고책임자를 경질할 수 없다는 논리 속에 그의 임기는 1944년까지 계속됐다. 퇴임 후에는 남작 작위까지 받았다. 1950년 2월4일 후손을 남기지 못하고 사망해 작위가 사라졌지만 그는 가장 찬란한 삶을 살았던 금융인으로 기억된다. 생전의 영화와 달리 후세의 평가는 그리 높지 않은 것 같다. 오래 한다고 마냥 좋은 것은 아닌가 보다. 그린스펀에 대한 평가도 훗날에 바뀔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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