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수출 대기업들 "달러는 팔지만…"

정부 경고에 "사재기 오해 살 필요있나" 대량 방출<br>"수입결제 대금까지 내다 팔게 될라" 우려도 커져


“수출 대기업들이 달러를 쌓아두고 있다”는 정부 당국자들의 잇따른 경고에 이어 외환거래내역 조사 방침까지 나오자 대기업들이 외환시장에 무더기로 달러를 내놓고 있다. 하지만 일부 대기업의 경우 수입대금 결제 등을 위해 필요한 달러임에도 불구하고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내놓고 있어 또 다른 부작용이 우려되고 있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에 이어 현대차도 이날 외환시장에 1억달러 규모를 내다판 것으로 확인됐다. 현대차는 이날 오전 고위임원회의를 열고 원화 값 안정을 위해 회사가 확보할 수 있는 2억~3억달러에 달하는 외환을 시장에 내놓기로 방침을 세운 것으로 전해졌다. 이 회사의 한 관계자는 이와 관련, “정확한 규모를 밝힐 수 없지만 회사가 보유하고 있는 달러 중 일부를 푼 것은 맞다”면서 “현대차는 수출대금이 입금되면 수입물품 결제 등 외화결제 수요를 보면서 잉여외화를 일상적으로 매각한다”고 말했다. 포스코도 이날 1억달러를 외환시장에 풀었다고 확인했다. 포스코는 평소 수입원료 대금 결제 등을 위해 3억~4억달러 정도의 현금을 확보하고 있는데 최근에 일시적으로 수출대금이 많이 들어와 이 가운데 일부를 시장에 내놓았다고 설명했다. 포스코의 한 관계자는 “회사 차원에서 적정 수준 이상의 달러를 보유하고 있는 상태는 아니지만 외환시장 안정을 도운다는 차원에서 매각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포스코는 또 이날 열린 이사회에서 대우조선해양 인수 등에 사용할 목적으로 10억달러 규모의 해외채권을 발행하기로 결의했다고 밝혔다. 주간사 선정을 거쳐 최대한 시기를 앞당겨 10월 말 또는 11월 중에 발행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라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그러나 LG전자 등은 아직 추가적인 달러 매각계획이 없다고 설명했다. LG전자 측은 “회사 규정으로 투기적 거래를 금지하고 있다”며 “따라서 필요한 규모의 외환만 거래할 뿐 적정 수준 이상으로 달러를 보유하지 않고 있기 때문에 시장에 추가적인 물량공급 계획이 없다”고 말했다. 금융당국이 외환거래내역 조사 등을 통해 기업에 달러 매도를 유도하고 있는 데 대한 기업들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 한 대기업 관계자는 “정부가 외환시장 불안의 한 요인으로 수출 대기업을 주목하고 있는 것에 대해 불만들이 많다”며 “하지만 이런 상황에서 굳이 정부의 오해를 살 필요는 없기 때문에 수출대금이 들어오면 보다 적극적으로 달러를 내다팔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기업의 관계자는 “정부가 압박해 꼭 보유해야 하는 달러까지 내다팔게 되지 않을까 우려된다”며 “시장안정도 이루지 못한 채 자칫 기업들의 수입결제 리스크만 커지게 하는 게 아닌지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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