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카드를 위하여!”
지난 2월말 서울 신라호텔에서 열린 참여정부 1주년 기념 세미나에 참석차 방한했던 호르스트 쾰러 당시 국제통화기금(IMF)총재는 유지창 산업은행 총재가 마련한 한 저녁식사자리에서 갑자기 `LG카드를 위한 건배`를 제의했다.
“한국정부가 LG카드를 시장원리에 따라 접근하지 않고 있다고 하길래 `우선 시장이 살아야 시장원리도 존재할 수 있는 것`이라는 취지의 설명을 해줬더니 논리가 정교하다며 LG카드를 위한 건배를 제의해오더군요”
유 총재는 “IMF총재가 특정 기업을 위해 건배한 것은 LG카드가 처음일 것”이라며 시원한 미소를 지었다. 쾰러 총재는 지난 4일 총재직을 사퇴하고 독일 대선에 대통령후보로 출마했다.
유 총재는 요즘 본의(?) 아니게 2개 증권사와 국내 최대굴지 카드사를 거느린 금융지주(?) 회장이 돼 계열사 세일에 바쁘다. 대우증권에 이어 LG카드, LG투자증권을 인수, 정상화시킨 뒤 매각할 임무를 부여 받으면서 국내 금융산업 구조조정의 핵심역할을 맡게 됐기 때문이다.
유 총재는 요즘 “LG카드는 국민카드”라며 “국민의 소유인 LG카드를 많이 써야 결과적으로 애국하는 것”이라며 국민들이 도와줘야 된다고 했다. 그가 지인들을 만날 때마다 적극적으로 카드가입을 권하고 있는 이유다 . LG라는 브랜드를 바꿀 의향이 없냐고 묻자 “바꾸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정상화가 중요한데…, 인수회사가 또다시 회사이름을 바꿔야 하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대우증권과 LG증권도 높은 가격을 제시하면 팔겠지만 그 이전에 제대로 된 값을 받을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하겠다는 말도 덧붙였다. 시장이 이 같은 발언에 무게를 두는 것은 선이 굵은 인품에 풍부한 금융경력까지 갖췄기 때문이다.
작년 4월 금융감독위원회 부위원장을 끝으로 공직을 떠난 유총재는 재무부 사무관으로 시작해 금융정책과장, 청와대 금융비서관, 금융정책국장 등 공직생활 대부분을 금융쪽에서 보낸 정통 재무관료로 꼽혀왔다.
“국가경제의 기본은 기업”이고 “결국 민(民)과 관(官)은 이를 어떻게 효율적으로 작동시킬 수 있느냐를 고민해야 되는 것”이라는 그는 “산업은행의 미래구상도 역시 이런 범주에서 이뤄지고 있다”고 말했다. 산업은행은 오는 4월 창립 50주년을 맞는다.
<정승량기자 schung@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