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박흥진의 할리우드 통신] '9·11' 5년… 정치성 띤 영화 봇물

'부시 암살' 실제 극우파 자극<br>보수화되는 사회에 경종 울려

가브리엘 레인지 감독의 대통령의 죽음('Death of a President)에서 총격을 받고 쓰러지는 부시 대통령의 저격 장면.

지난 7일부터 16일까지 열린 제31회 토론토 국제영화제(TIFF)에는 유난히 정치성을 띤 영화들이 많았다. 특히 9.11일 이후의 미국의 정치적 변화와 이라크전에 관한 것들이 많았다. 9.11 테러 5년이 지난 시점에서 이제 사람들이 어느 정도 객관적 시각으로 9.11 이후의 정치 및 사회적 상황을 고찰할 수 있게 되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영화제가 열리기 전부터 화제와 논란을 불러일으켰던 정치 영화는 부시 암살을 다룬 영국 영화 '대통령의 죽음'(Death of a President 사진). 이 영화에 관한 보도가 나가면서 감독 게이브리엘 레인지(32)에 대한 극우파들의 암살 위협과 함께 토론토 영화제측에 영화 상영을 중단하라는 압력이 가해지기도 했다. 유사 기록영화식으로 만들어진 영화는 2007년 10월 부시가 시카고서 김정일에게 핵무기개발을 중단하라고 연설한 뒤 호텔을 나서다 건너편 건물에서 암살범이 쏜 총에 맞아(컴퓨터로 배우의 몸에 부시의 얼굴을 덧붙였다) 죽은 1년 뒤에서부터 얘기가 시작된다. 뉴스 필름과 실제로 찍은 장면 및 컴퓨터로 변형시킨 장면 등으로 만들어진 영화는 부시 암살 후 더욱 보수화된 미국과 함께 부시가 암살되던 날의 상황, 그리고 사건을 다루었던 사람들과의 인터뷰 및 범인체포 과정 등을 그리고 있다. 영화는 사건 당일의 반부시파들의 격렬한 시위 모습과 그로 인한 대통령 경호의 혼란 그리고 경찰과 언론과 시민들의 조급한 문제 해결 바람이 불러온 졸속 수사와 엉뚱한 아랍인 체포 과정 등을 스릴러식으로 묘사했다. 영화는 기술적으로는 잘 만든 영화였지만 인터뷰 장면이 너무 많아 극적 충격이 없는 작품이 됐다. 그리고 영화는 한심한 실수의 장면도 눈에 띈다. 대통령 연설문 작성자인 앤이 인터뷰 도중 북한의 김정일을 김일정이라고 부르는데 미국의 대통령 자문이 저지를 수 없는 실수다. 이 영화에 못지 않게 화제를 모은 것이 '딕시 칙스: 입 닥치고 노래나 해'(Dixie Chicks: Shut Up and Sing). 텍사스 태생의 여성 3인조 인기 컨트리밴드 딕시 칙스가 3년 전 런던서 공연할 때 리드 가수 나탈리 메인스가 "대통령이 텍사스 출신이라는 게 수치스럽다"고 발언한 후 겪은 수난을 다룬 기록영화다. 살해 위협과 방송국들의 보이콧 등 온갖 시련에도 불구하고 소신을 굽히지 않은 3인조의 용기와 단결력을 보여주는 훌륭한 작품이다. 데모꾼 반체제 배우 마틴 쉰의 아들로 배우인 에밀리오 에스테베스가 감독으로 데뷔한 '바비'(Bobby)도 좋은 정치 영화다. 1968년 민주당 대통령 후보로 나왔던 로버트 케네디의 LA의 앰배서더 호텔(코리아타운에 있다)서의 암살을 다룬 감정적인 드라마다. 지금은 사라진 지나간 시절의 희망과 정의를 그리워하는 작품이다. 프랑스군의 알제리아인들에 대한 무차별 잔혹 행위를 그린 '대령'(Mon Colonel)은 부시와 이라크전의 과거판을 보는 것 같다. 알제리아에 민주주의와 문명을 심어주겠다는 대령이 마치 부시를 연상케 하는 작품이다. 중국의 천안문 사태를 배경으로 한 못 이룰 사랑의 이야기인 '하궁'(Summer Palace)은 극적 강렬성은 다소 미흡하나 역작. 감독 루예가 영화를 당국의 허가 없이 칸 영화제에 출품, 그는 앞으로 5년간 국내활동이 금지됐다. 이밖에도 영국 TV사에 고용된 이라크기자가 토니 블레어 영국 수상암살 시도 혐의로 체포돼 9개월간 모진 옥살이를 한 경험을 담은 기록영화 '죄수 또는: 나는 어떻게 토니 블레어를 죽일 계획을 했는가'(The Prisnor or: How I Planned to Kill Tony Blair)등 여러 편의 정치적 기록영화들이 선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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