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이 이미 일상화된 사회에 살고 있는 우리 국민들은 이번 ‘리니지’ 명의 도용 사건으로 매우 큰 충격을 받았을 것이다. 이번 사건으로 관련 업체는 물론 게임 업계, 나아가 인터넷 업계 전체에 ‘명의 도용’에 대한 책임을 묻는 질타가 엄중하다. 회원가입시 주민번호 등 개인정보 수집을 당장 금지하고 관련 업계가 명의 도용을 예방할 수 있는 자구책을 강구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하지만 ‘명의가 도용됐다’는 사실에만 주목하고 명의 도용을 막지 못한 책임만 소리 높여 외치는 것은 이번 사건의 본질을 외면하는 것이다. ‘명의 도용’은 이번 사건의 결과이지 원인이 아니다. ‘명의 도용’ 문제 이전에 어디에선가 개인정보가 새나간 큰 구멍이 있을 것이고 그렇게 유출된 개인정보가 명의를 도용한 범죄자의 손까지 흘러들어간 경로가 있을 것이다. 그런 점에서 이번 사건은 그간 누적돼온 정보 보호 안전망의 근원적 취약점이 일시에 드러난 사건으로 봐야 할 것이다.
회원가입시 본인 확인을 해야 하는 법적 의무나 필요성만 해도 십수 가지가 넘는 실정이다 보니 관련 업계에 이번 사건이 던져준 충격과 당혹감 또한 매우 크다. 이미 유출된 타인의 개인정보를 회원가입에 이용할 경우 인터넷 사업자가 이를 사전에 근본적으로 방지할 수 있는 방법은 없다. 그것은 주민번호를 다른 본인 확인 수단으로 대체하더라도 마찬가지이다. 대치 수단 역시 특정한 개인정보이고 그 정보가 유출된다면 똑같은 결과를 초래할 것이기 때문이다.
이번 사건은 분명 게임 등 인터넷 기업의 ‘명의 도용’ 방지대책의 개선 및 회원관리체계의 개선에 중요한 계기가 될 것이다. 게임 업계 또한 이러한 사건이 재발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다. 하지만 그것이 다는 아니다. 둑을 아무리 높게 쌓더라도 둑의 밑바닥이 새고 있다면 또 다른 재앙을 불러올 수밖에 없다.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철저한 규명과 대책 마련이 이뤄져 이번 사건이 보다 안전한 인터넷 이용 환경을 조성하는 데 좋은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