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은 미미했다. 지난 2004년 마크 저커버그(사진)가 하버드 대학생 전용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인 '더페이스북'을 만들 때만 하더라도 페이스북은 그저 교내 SNS에 불과했다. 하지만 더페이스북에서 '더(the)'를 뺀 후 페이스북은 이 시대의 아이콘이 됐다. 미국의 버락 오바마 대통령도 페이스북을 하고 있으며 지난해 사망한 마이클 잭슨은 1,000만명이 넘는 페이스북 팬을 거느리고 있다. 미국인 1억4,500만명과 영국과 프랑스에서도 각각 2,000만명 이상이 페이스북에 빠져 있다. 페이스북은 단순한 SNS를 넘어 기업의 홍보 창구나 여론을 결집시키는 역할도 하고 있다. 코카콜라나 삼성전자와 같은 대기업이 페이스북을 활용해 활발한 마케팅을 전개하고 있으며 위키리크스가 정부 기밀문서를 유출했을 때도 수십만명의 페이스북 이용자들이 위키리크스를 지지하기도 했다. 페이스북 가입자 증가세도 놀랍다. 27일 외신 등에 따르면 페이스북은 올 7월 가입자 수 5억명을 돌파하고 12월 현재 5억8,000만명에 달하고 있다. 기업가치도 꾸준한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페이스북의 기업 가치는 올 상반기 264억달러에서 하반기 412억달러로 56% 증가했다. 이는 야후(328억달러)와 이베이(184억달러)를 뛰어넘는 것은 물론 아마존의 기업가치인 735억달러에 육박하는 수치다. 페이스북 자체에 대한 관심도 뜨겁다. 창립자인 저커버그는 시사 주간지 타임이 선정한 '올해의 인물'에 뽑혔고 10월에는 페이스북 창립 과정을 기반으로 한 영화인 '소셜네트워크'가 개봉해 박스오피스 1위에 올랐다. 저커버그의 재산은 현재 70억달러 정도로 세계 최연소 자수성가형 억만장자로 부상했다. 페이스북의 이러한 급속한 성장은 SNS의 전세계적 유행 덕분이다. 특히 급속한 스마트폰 보급으로 PC 앞이 아니라도 언제 어디서든 SNS에 접속해 인맥관리를 할 수 있게 돼 SNS의 활용도가 커졌다. 페이스북은 개방과 협업을 기반으로 한 웹 2.0 사상을 바탕으로 응용프로그램개발환경(API)을 공개, 다수 개발자를 끌어들이는 전략을 택해 마이스페이스와 같은 기존 SNS 강자를 누르기도 했다. 특히 하버드대 출신의 천재 개발자가 만들었다는 성공신화와 세계 최대 정보기술(IT) 시장인 미국에서 시작했다는 점도 성공 비결로 꼽힌다. 여기에 영어를 기반으로 서비스 한다는 것과 다양한 친구추천 기능을 통해 인맥을 빠르게 넓힐 수 있는 것도 성장에 날개를 달아주고 있다. 이러한 페이스북의 오픈 플랫폼을 기반으로 소셜게임을 서비스하는 징가의 기업가치가 55억달러에 이른다는 분석이 있을 정도로 페이스북과 연계된 기타 산업의 성장도 무섭다. 하지만 페이스북의 놀라운 성장의 원동력인 개방성이 문제가 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페이스북은 가입시 등록해놓은 출신 학교나 지역 등을 통해 친구를 무작위로 추천해주기 때문에 원하지 않는 대상에게도 본인의 정보가 노출될 수 있다. 개인설정을 통해 이러한 노출방식을 바꿀 수 있지만 특별히 신경을 쓰지 않는 한 변경이 쉽지 않다. 최근에는 방송통신위원회가 페이스북의 개인정보 보안 수준이 국내 기준과 부합하지 않는다며 시정을 요구하는 등 과도한 개방성이 향후 페이스북의 해외 진출에 걸림돌이 될 가능성이 크다. 만약 개방정책을 바꾼다면 페이스북 지지자들의 반발을 살 가능성이 높다. 저커버그는 최근 중국시장 진출을 위해 중국 당국의 검열에 유연하게 대처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구글이 중국 당국의 검열에 항의해 중국 시장에서 철수한 것에 비춰봤을 때 페이스북의 이러한 전략은 '쿨'한 페이스북의 이미지를 훼손할 가능성이 크다. IT업계의 한 관계자는 "몇 년 전 토종 SNS가 해외 시장 진출에 실패한 것과 달리 페이스북은 이제 완전한 대세가 됐다"며 "국내 SNS는 단순히 페이스북의 전략을 모방하는 것에서 벗어나 참신한 전략을 세워야 이에 대응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