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로터리] 단 한 대뿐인 자동차

강릉에 위치한 ‘참소리 박물관’에 가면 지난 1920년대 인기를 끌었던 포드자동차의 ‘T-카’를 볼 수 있다. 최초의 자동차 양산시대를 연 것으로 평가되는 T-카는 당시 150만대나 팔리는 돌풍을 일으켰지만 오늘날 T-카의 발명자가 에디슨이란 사실을 기억하는 이는 많지 않다. 참소리 박물관에는 제럴드 포드가 특별히 에디슨이란 이름을 차체에 새겨 선물한 T-카가 전시돼 있다. 스포츠마케팅이 인기를 끌면서 유명 운동선수들에게 명차를 선물하는 자동차 회사들도 늘고 있다. 볼보가 타이거우즈에게 최고급 SUV를 제공한 것이 한 예라고 하겠다. 얼마 전에는 꽃으로 장식한 벤츠 자동차를 청혼 선물로 받았다는 유명 연예인의 기사가 화제를 모은 바 있다. 서민들에게는 너무나 먼 얘기지만 당사자로서는 무척 기쁜 선물이었을 것 같다. 그런데 모든 선물이 다 그렇겠지만, 자동차 선물의 감동 또한 가격이나 유명세와 비례하는 것만은 아니라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최근 한국생산기술연구원(생기원)은 중소제조업체인 신명금속으로부터 1,500만원 상당의 자동차를 기증 받았는데 생기원 대표 자격으로 받은 것이면서도 그 어떤 개인적 선물 못지않게 뜨거운 감동을 느낄 수 있었다. 주물부품 제조기업인 신명금속은 생기원과의 공동 기술개발을 통해 지난 2002년 ‘해군 함정용 실린더 헤드’를 개발한 바 있다. 이전까지 독일 MTU사(社)로부터 전량 수입하던 것을 국산화하고 연매출 30억원이던 회사 규모도 100억원대로 성장했다. 신명금속 주학지 사장은 차랑을 기증하면서 “늘 시간에 쫓기는 연구원들이 한 번이라도 더 중소기업 현장을 방문하는 데 도움이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번 일이 생기원 직원들에게 힘을 북돋우는 계기가 됐음은 두말할 나위 없다. 기술 지원을 받은 기업이 정부출연연구기관에 업무용 차량을 기증한 사례도 처음이거니와 그동안 현장 파트너로서 기울여 온 노력을 인정받았다는 보람 때문이다. T-카는 많아도 에디슨의 이름이 새겨진 T-카는 유일하듯 신명금속이 기증한 차량 역시 생기원으로서는 세상에 단 한 대뿐인 귀한 자동차인 것이다. 해군 함정용 실린더 헤드는 온라인상에서 구현되는 첨단 부품생산 시뮬레이션기술 덕분에 탄생할 수 있었다. 전통 제조기술에 IT를 결합, 3D 산업의 ACE(Automatic, Clean, Easy)화에 힘써온 생기원은 이 뜻깊은 선물을 계기로 더욱 큰 책임감을 갖고 생산기반기술 전 분야의 디지털 혁신을 추진해나갈 계획이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