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사우디 증산' 유가안정엔 역부족

수요에 비해 증산규모 적고 중동 정정불안으로 공급차질<br> "올 여름 유가 150弗 갈수도"


지난 22일 제다 에너지 회담에서 사우디아라비아가 오는 7월부터 하루 평균 20만배럴의 원유를 증산하겠다고 발표했지만, 이 결정이 국제유가의 안정세에 크게 기여할지에는 회의적인 분위기가 지배적이다. 그 이유는 사우디의 증산 규모가 고유가 해결책으로는 역부족이고, 아프리카 최대 산유국인 나이지리아를 비롯해 중동 지역 등의 정정 불안으로 공급 차질이 수시로 빚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것. 사우디는 제다 회담에서 7월부터 하루 평균 20만배럴을 증산해 30년래 가장 최대인 총 970만배럴을, 내년에는 1,250만배럴을 생산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사우디는 또 유정 개발을 통해 오는 2018년에는 원유 생산능력을 1,500만배럴로 늘리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사우디의 증산 여력이 하루 150만배럴로 추산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기대치에 못 미친다는 지적이다. 또 국제에너지기구(IEA)가 최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올들어 국제 원유 수요 증가율이 고유가로 예상보다 줄었음에도 불구하고 국제 원유 수요 증가폭은 하루 80만배럴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이번 사우디가 증산하겠다는 물량의 4배 수준이다. 사우디가 제다 회담에서 실질적인 고유가 대책을 내놓기 보다 사우디에게 집중되는 증산 압력을 분산시키는 데 치중했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존 홀 어소시에이츠의 존 홀 대표는 “유가를 진정시키기 위해 사우디가 증산해야 할 하한선은 50만배럴”이라고 지적했다. 산유국들의 공급 차질 가능성도 사우디의 증산 조치를 상쇄시키는 요인으로 꼽힌다. 23일 파이낸셜타임스(FT)은 나이지리아의 원유 생산량이 25년만에 최저 수준인 일일 평균 120만~150만배럴로 떨어졌다고 보도했다. 반군의 공격으로 로열 더치 셸과 셰브론이 하루 평균 34만5,000배럴의 원유 생산을 중단했기 때문이다. 반군 공격으로 생산 차질이 잦아지면서 나이지리아는 최근 앙골라에게 아프리카 최대 원유 생산국이란 타이틀을 내줬다. 이밖에 이란에 대한 이스라엘의 핵 시설 공습 경고로 중동 정세가 불안하고, 멕시코ㆍ영국ㆍ노르웨이 등의 원유 생산량도 하향세로 접어들어 사우디의 증산만으로는 고유가 진정이 어렵다는 분석이다. 제다 회담이 사우디의 증산 발표 외에는 산유국과 소비국들 간의 고유가 책임 공방과 산유국 간의 원유 증산 여부에 대한 이견으로 획기적인 해결책을 도출하지 못하고 폐막한 점도 부담이다. 빌 클린턴 행정부 시절에 에너지부 장관을 지낸 빌 리차드슨 뉴멕시코주 주지사는 “사우디의 증산이 조금 도움 되겠지만 유가를 조금 떨어뜨릴 뿐 크게 진정시키지는 못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골드만삭스의 제프리 큐리에 애널리스트도 “사우디의 20만배럴 증산 결정은 장기적인 구조 결함을 단기적으로 반응한 것”이라며 “미국 원유 재고와 공급 감소로 올 여름 국제 유가가 배럴당 150달러까지 갈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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