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로터리] 원전 수출국으로 도약하자

벌써 10여 년 전의 일이다. 당시 프랑스ㆍ중국의 원전 전문가들과 함께 인도네시아를 방문, 강의를 한 적이 있다. 지난해 다시 원전사업을 위해 인도네시아를 찾았다. 지난 10여 년간 인도네시아는 원전 도입을 위해 지속적인 노력을 경주해왔다. 그러나 아직도 정책결정을 못하고 주저주저하며 진척을 보지 못하는 그들을 보니 안타까운 마음을 금할 수 없어 고위급 회의에서 “사격할 때 거총 후 조준이 되면 방아쇠를 당겨야지 조준을 너무 오래하면 오히려 명중시키기가 더 어려워진다”고 말한 바 있다. 돌이켜보면 우리가 원전 도입을 시작했던 지난 1960년대 후반에는 국력과 인프라ㆍ재원ㆍ기술 등 어느 것 하나 최첨단 원전 건설을 시도하기에는 거의 불가능한 수준이었다. 상대적으로 인도네시아는 제반 여건이 훨씬 성숙한 상황인데도 아직도 정책결정을 못하고 있는 것이다. 지도자의 결단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알 수 있는 대목이기도 하다. 원전은 최첨단 과학기술과 모든 분야가 망라되는 거대한 종합 프로젝트로서 그 자체가 국가에너지 산업에 기여함은 물론 타 산업분야로의 파급효과도 엄청나다. 고리 1호기 건설 당시 우리의 산업수준은 형편 없어 모든 기자재를 수입해 써야만 했다. 사업관리 수준도 초보적이어서 선진기술력을 자랑하는 미국의 웨스팅하우스, 영국의 GEC 등으로부터 어깨너머로 모든 기술과 경험을 배워야만 했다. 용접기술 부족으로 큰 어려움을 겪어 급기야 현장에 외국 기술진의 관리 하에 용접학교를 세워 자격검증을 통해 용접사를 배출, 공사를 하기도 했다. 당시 활약했던 용접사들은 우리나라가 세계 1위의 조선 강국으로 발돋움하는데 기여한 바도 크다. 지도자의 결단, 산업 인력의 피와 땀으로 어렵게 시작한 원전 사업은 이제 20기를 가동하며 세계 6위의 원전 강국으로 부상, 에너지의 안정적 공급과 국민들의 삶의 질 향상에 크게 기여해왔다. 게다가 지구온난화로 전세계가 고민하는 이때 원전은 신재생 에너지의 한계를 극복하고 지구환경을 보존하며 인류의 미래를 위해 필수적인 에너지원으로 재인식되는 상황이다. 우리가 힘들 때 원전을 도입해 국가발전에 기여한 것은 외국의 도움이 컸다고 본다. 이제 축적된 경험과 기술력으로 과거에 신세를 진 선진국에 보답하고 원전을 도입하려는 개발도상국에도 많은 도움을 주어야 하는 위치에 서 있다. 원전 관련회사, 기관들과 힘을 합쳐 시너지 효과가 창출되는 최적의 체계를 구축, 지금까지 세계 각지에 심어놓은 원전사업의 씨앗을 가꾸고 수확하는 성과를 이뤄야 할 때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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