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中·日 바둑 영웅전] 쉬운 길을 외면하다

백86의 굴복은 절대. 중앙쪽을 틀어막아 보았자 수상전으로 백이 진다. 이 접전에서 이세돌이 확실하게 밀려 버렸다. “상상했던 진행과는 무려 7집반의 차이가 나고 말았어.”(이세돌) 백86으로 그 왼쪽 자리에 두게 되었다면 정말로 7집반의 차이가 있었다. 덤보다 큰 손해를 한순간에 당한 것이다. 백92로 약간의 소득을 올렸으나 흑93으로 요석 4점이 날아갔으니 소득도 아니다. 게다가 다시 선수를 빼앗기고 말았다. 대세점 95를 흑에게 점령당한 것이다. 백이 그 자리를 둔 것과는 실로 엄청난 차이가 아닌가. 그러나 87트리오는 여기서 창하오의 흑95를 성토했으니…. “물론 대세점이다. 이것으로 흑승이 거의 확실하게 되었다. 하지만 거의가 아니고 백퍼센트 확실하게 이기는 길이 있다면 그렇게 두어야 마땅하지 않은가.”(이영구) 대안으로 제시된 것이 참고도1의 흑1이었다. 실전보다 한칸 오른쪽. 욕심내지 않고 탄탄하게 두는 길이다. 그것이면 백2 이하 7까지인데 이 진행이었으면 백은 속수무책이었다. 실전은 백96의 침입이 성립되었고 이래서 바둑이 길어졌다. 게다가 흑99가 국면을 공연히 어렵게 만드는 빌미를 제공했으니…. 흑99로는 참고도2의 흑1로 두텁게 막을 자리였다. 백2면 또 군말없이 3으로 틀어막는다. 백이 B로 젖혀 살면 선선히 살려주고 A에 지켜서 흑의 낙승이었다. 창하오가 쉬운 길을 자꾸 외면하고있다. 노승일ㆍ바둑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