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3월 2일] 무능한 정부·국회… 피곤한 국민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세종시 문제가 결국 '국민투표' 문턱에 서 있다. 지난달 28일 청와대는 세종시 문제를 두고 이명박 대통령의 '중대결단' 가능성을 언급했다. 이는 사실상 세종시를 '국민투표'에 붙이겠다는 것으로 정치권에서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청와대의 국민투표 방침은 언뜻 보기에는 이해가 된다. 더 지켜봐도 정부와 국회에서 결론 나지 않을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청와대와 정부는 그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청와대와 국무총리실은 지난 1월 수정안 발표 후 국회로 공을 넘겼다. 민관합동위원회의 수십여 차례 회의를 거쳐 수정안을 마련했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정부가 주도하고 민관위가 자문기관으로 권고하는 방식이었다. 실제 법안을 다룰 주체들이나 지역 주민의 의견 개진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비록 의견 수렴이 이뤄졌다 해도 강제력 없는 위원회 차원의 소수 견해였을 뿐이다. 따라서 정부가 수정안을 발표하고 논의를 국회로 넘긴 것은 이제 이 문제를 정치권에서 정치적으로 풀어달라고 주문한 것이나 다름없다. 그런데 참 아이러니하게도 이 대통령은 세종시 문제를 겨냥, "정치적으로 해석해 신속하게 할 일들이 늦춰지고 있다"고 비판했었다. 국회도 마찬가지다. 정부에서 넘어온 공을 제대로 굴리지 못했다. 원안과 수정안을 둘러싼 여여(친이명박계-친박근혜계)ㆍ여야 간 갈등은 감정싸움으로 변질되면서 일촉즉발의 상황을 맞기도 했다. 그 과정에서 여권은 오로지 '현재의 권력'과 '미래의 권력'만을 운운하며 본질을 흐렸다. 여기에 야당은 논의의 주체로 참여조차 하지 못했다. 물론 행정부와 입법부 모두 세종시 문제가 국론 분열로 이어지기를 바라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럼에도 이를 풀기 위해 팔을 걷어붙인 청와대와 정부, 그리고 여야는 그야말로 꽉 막힌 논리로 서로를 폄하ㆍ무시하는 태도로 일관했다. 정치적이라는 점은 나쁜 것이 아니다. 정치력은 입법부와 행정부 모두가 공히 가져야 할 능력이다. 정책 입안과 시행, 그리고 법안 제정과 개정 등 모든 분야에서 대화와 타협을 바탕으로 하는 정치적 해결방법은 문제해결의 계기를 마련해주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무능한 행정부와 입법부는 이제 문제를 풀기가 어렵다며 국민에게 숙제를 내려 한다. 원안이 좋은지 수정안이 좋은지 판단해달라는 것이다. 이토록 무능력한 집단과 함께 사는 우리나라 국민들만큼 피곤한 국민이 전세계에 있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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