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건설 매각 협상' 소송없이 종결 고육책… 대타협 물밑작업 돌입

채권단, 현대그룹에 '상선 지분 제3자 매각' 중재안<br>訴취하·협상종결 합의땐 이행보증금 반환도 제시<br>현대 "가치없다" 반발 불구 건설인수 사실상 물건너가<br>합의점 찾을 가능성 높아


현대건설 주주협의회(채권단)와 현대그룹이 막판 대타협을 위한 물밑 작업에 돌입했다. 채권단은 현대그룹이 모든 소송을 취하하고 협상종결에 합의하는 조건으로 ▦현대건설 보유 현대상선 지분 제3자 매각 ▦이행보증금 반환 카드를 꺼내 들었다. 현대그룹과 해왔던 '진흙탕 협상'을 원만하게 종결하고 현대차그룹과 새로운 협상을 시작하기 위해서다. 현대그룹은 겉으로는 "일고의 가치도 없다"며 강력히 반발하고 있지만 내부적으로는 복잡한 계산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전방위적인 법적 대응을 통해 다시 한번 현대건설 인수를 추진해볼 수는 있지만 현실적으로 결과를 장담할 수 없는 상황에서 실속이라도 챙겨야 하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에 점차 힘이 실리고 있어서다. 한 인수합병(M&A) 전문가는 "채권단이나 현대그룹이나 법률다툼이 벌어질 경우 승리를 장담할 수 없기 때문에 양측이 치열한 물밑 작업을 통해 합의점을 찾을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채권단 "현대그룹에 명분 주고 M&A 종결"=채권단은 현대그룹이 모든 소송을 취하하고 협상종결을 받아들일 경우 현대상선 경영권에 영향이 없도록 현대건설이 보유한 현대상선 지분 8.3%를 주식시장이나 연기금 등 중립적인 기관에 매각하겠다는 입장이다. 또 현대그룹이 이미 납부한 이행보증금 2,755억원도 원칙적으로는 몰취하는 것이 맞지만 원만한 협상종결에 합의한다면 돌려줄 수도 있다는 방침이다. 채권단으로서는 각종 고소가 남발되면서 진흙탕 싸움이 돼버린 현대건설 인수전을 원만하게 해결하기 위한 고육지책을 마련한 셈이다. 양해각서(MOU)까지 체결하며 현대건설 인수가 유력했지만 끝내 실패하게 된 현대그룹에 '전리품'과 '명분'을 챙겨줌으로써 퇴로를 만들어주고 현대건설 매각을 현대차그룹과 마무리 지으려는 의도가 담겨 있는 것이다. 유재한 정책금융공사 사장은 "현대건설이 매각되기 전에 현대상선 지분을 시장가격에 맞춰 현대상선 경영권에 중립적인 제3자에게 팔겠다는 복안을 가지고 있다"며 "현대건설의 매각가격에 큰 영향을 끼칠 것 같지는 않지만 구체적인 내용은 협의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채권단은 만약 현대그룹이 제안을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일방적으로 매각작업을 중단하고 현대차그룹과 곧바로 매각협상을 벌일 계획이다. 이 경우 현대그룹은 채권단과 현대차그룹을 상대로 대대적인 소송전을 벌일 것으로 보여 현대건설 매각은 장기간 표류할 가능성이 높다. 채권단의 한 관계자는 "현대그룹으로서는 딱히 얻는 것은 없지만 그렇다고 많이 잃는 것도 없는 제안"이라며 "채권단이 현대상선 지분 매각 및 이행보증금 반환 등에 어떤 입장을 취할지는 현대그룹의 선택에 달려 있다"고 말했다. 한편 채권단은 현대차그룹에 우선협상대상자 자격을 부여하는 안건을 논의하기 시작했다. 채권단은 이번주 내에 안건을 확정하고 주말에 서면 동의를 받으면 다음주 중 현대차그룹과 협상을 시작할 것으로 보고 있다. ◇두 그룹의 수용 가능성은=현대차그룹과 현대그룹 역시 주판알 두드리기에 들어간 모습이다. 현대차그룹은 "채권단 중재안에 대한 입장을 밝힐 단계가 아니다", 현대그룹은 "터무니없는 제안"이라는 입장이지만 양측 모두 내부적으론 실리는 따지는 한편 대응 전략을 짜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우선 현대차그룹이 채권단의 중재안을 수용할지 여부가 관심사다. 그렇게 될 경우 현대건설 매각이 급물살을 탈 수 있다. 일각에서는 현대건설 인수가 거의 실현돼가는 마당에 현대차그룹이 현대상선 지분을 포기할 이유가 있겠냐는 회의적인 관측을 하고 있다. 여기에 현대상선 지분 분리 매각에 따른 현대건설 인수가격 재산정도 변수가 되고 있다. 그러나 중재안을 거부할 경우 현대건설 매각 협상을 지연시킬 수 있다는 채권단의 전략이 현대차그룹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특히 현대차그룹이 "현대상선 지분을 포기하지 않겠다"고 나올 경우 이는 '현대그룹 경영권에 욕심이 있다'는 것을 자인하는 셈이어서 수용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문제는 현대그룹이다. 현대그룹 입장에서는 현대상선 지분과 함께 현대건설 자체가 목적이었기 때문에 쉽사리 포기할 가능성이 높지 않다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현대그룹의 한 관계자는 "채권단의 발상 자체가 이번 M&A의 불공정성을 보여주는 것"이라며 끝까지 법적 대응에 나설 것임을 재차 강조했다. 증권사의 한 애널리스트 역시 "현대그룹으로서는 경영권 방어도 필요하지만 현대그룹의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으려면 현대건설 인수가 절실하기 때문에 중재안을 받아들이지 않을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하지만 현대그룹 입장에서도 이미 현대건설 인수가 어려워진 상황에서 현대상선 지분 분리매각을 통한 경영권 보장이 절충점이 될 수 있지 않겠냐는 관측도 나온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지루한 법정공방으로 어떤 성과를 기대할 수 있겠냐"며 "현대그룹이 현실적인 판단을 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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