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정치권이 고액권 발행에 이어 화폐 액면단위를 낮추는 디노미네이션을 공론화하고 나섰다. 경제상황 변화 등을 감안해 현재 통용되는 화폐단위를 1,000원이나 100원에서 1원 단위로 절하하는 화폐개혁을 단행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특히 디노미네이션 논의는 야당이 주도한 고액권 발행과 달리 여당인 열린우리당의 경제통 의원들을 중심으로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어 실현 가능성에 한층 힘을 실어주고 있다.
이계안 우리당 제3정조위원장은 7일 사견을 전제로 “1만원권이 처음 등장한 지난 73년 이후 경제규모가 20배 이상 커졌는데 아직까지 30년 전의 화폐단위를 쓰는 것은 부적절하다”며 “디노미네이션에 대한 공론화를 더 이상 미룰 수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 위원장은 “최근 논의되고 있는 고액권 발행이 실현될 경우 6,000억원 정도의 비용이 발생한다”며 “고액권 발행보다도 차라리 디노미네이션을 단행하는 편이 경제적”이라고 덧붙였다.
이 위원장은 최근 고액권 발행을 골자로 한 화폐기본법 제정을 추진하고 있는 남경필 한나라당 의원과 만나 디노미네이션 도입 여부에 대한 공론화 필요성에 의견을 모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우제창 우리당 의원은 이 위원장 등 당내 경제통 의원들과 함께 1,000원을 1원으로 절하하는 것을 골자로 한 화폐단위변경법을 조만간 국회에 제출할 예정인 것으로 전해졌다.
우리당의 한 의원은 “디노미네이션을 단행할 경우 우리 경제규모에 걸맞은 화폐단위를 갖게 되고 400조원으로 추산되는 유동자금의 양성화에도 기여할 수 있다”며 “당론으로 결정하기까지는 상당한 절차와 시간이 소요되겠지만 적극적으로 추진할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김효석 민주당 정책위의장도 이날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영국의 이코노미스트지는 최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가장 화폐가치가 낮은 한국은 조만간 국제적으로 기이한 나라가 될 것으로 전망했다”며 “화폐개혁을 단행할 경우 물가인상과 부패문화 조장을 우려하는 시각도 있지만 유럽은 유로화 도입 이후 물가인상이 0.2~0.3%에 불과했고 부패문제는 사회적 제도에 의해 해결하면 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