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송현칼럼] 지역주의와 FTA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 대한 찬반 논란이 커지고 있다. 양대 노총과 환경운동연합 등은 ‘한미 FTA 저지 범국민운동’을 펼치고 있고 한미 FTA를 지지하는 입장인 ‘바른 FTA 실현 국민운동본부’도 출범식을 거행했다. FTA를 반대하는 입장에서는 FTA를 체결할 경우 미국산 제품, 특히 농산물이 쏟아져 들어오게 되고 미국의 경제식민지로 전락하게 될 것을 우려하고 있다. 반면 FTA를 지지하는 측에서는 자유무역이 경쟁의 촉진을 통해 산업경쟁력을 향상시키며 궁극적으로 무역이 늘어나고 소득 수준 향상에 기여할 것이라고 주장한다. 10년, 또는 50년 뒤 한미 FTA의 결과가 어떻게 나타날지를 정확히 예측하기는 매우 어렵다. 그러나 현시점에서 과거 경험과 다른 나라의 예를 보면 장래를 예견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다. 2년 전 한ㆍ칠레 자유무역협정 체결 당시에도 비슷한 논쟁을 벌였으나 결론부터 말하면 협정 체결 뒤 수출과 수입 모두 크게 늘었다. 우리나라의 대칠레 수출은 협정 발효 전 연간 5억2,000만달러에서 협정 발효 2차년도에 12억달러로 2.3배가량 늘어났다. 특히 관세가 철폐된 자동차는 2.3배, 무선통신기기는 3.5배나 증가했다. 수입도 같은 기간 13억달러에서 24억5,000만달러로 85%가량 늘었다. 무역적자폭도 연간 8억달러에서 12억달러로 증가했다. 그러나 자세히 들여다보면 칠레에서 수입한 물품 중 85%는 동(銅)과 동괴 등 광산물이며 이들의 가격 상승이 수입 증가를 이끌었다. 농산물은 10년 동안 나눠 관세를 인하하기로 해 지난 2년 동안 수입 증가 기여도는 8%에 불과했다. 칠레산 포도주 수입은 연간 377만달러에서 지난해 1,000만달러를 넘어 2.8배 가까이 증가했다. 같은 기간 프랑스산 포도주 수입이 2,400만달러에서 1,900만달러로 줄어든 것을 보면 FTA에 의한 시장 전환 효과로 볼 수 있다. 2차대전 후 자유경제 질서를 유지하기 위해 브레턴우즈협정에 따라 세계은행(IBRD)ㆍ국제통화기금(IMF)과 함께 GATT 체제가 발족됐다. GATT 체제는 8차례의 다자협상을 통해 자유무역 증진에 크게 기여했고 우리나라는 자유무역에 힘입어 세계 12위 무역국에 이르렀다. 그러나 GATT 체제는 처음부터 모순을 가지고 태어났다. GATT 1조는 ‘모든 국가에 동일한 혜택을 부여’하는 최혜국대우(MFN)원칙을 두고 있지만 24조에서 관세동맹이라는 이름 아래 지역협정을 뒀다. 지역협정은 협정 체결국간 관세와 비관세 장벽을 철폐했지만 비체결국에 대해서는 차별대우함으로써 GATT 1조를 무색하게 하고 있다. 더구나 세계무역기구에 통보된 지역협정은 330개에 이르며 유럽연합과 미국이 협정 체결을 주도하고 있다. 서유럽 국가들은 동유럽 국가를 포함해 25개국 4억5,000만명 소비자를 가진 단일시장이 됐다. 미국은 캐나다ㆍ멕시코와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을 체결한 데 이어 중미 국가들을 포함하는 중미자유무역협정을 발효했다. 현재 세계무역의 52%는 FTA로 대표되는 지역협정에 따라 무관세로 교역되고 있지만 우리나라는 3.4%에 불과한 실정이다. 지난 2004년 초 멕시코는 FTA가 체결된 일본산 자동차 타이어에는 무관세를 적용하면서 한국산에 대해서는 50%로 인상해 한때 수출이 중단되기도 했다. 지역주의란 물결에 동승하지 않으면 FTA 체결국 안으로 공장을 이전하든지 아니면 수출을 중단해야 하는 상황이 다가온 것이다. FTA를 통한 지역주의는 이제 선택이 아니라 생존의 과제가 된 것이다. 한미 FTA도 예외는 아니다. 물론 협상 결과에 따라 손해 보는 분야와 이익을 보는 분야가 생기게 된다. 그러나 국제사회에서 문을 닫고 성공한 나라가 없다는 점은 분명히 해야 한다. 양국 대표가 공식 협상 테이블에 앉기도 전에 협상 자체를 부정하는 것보다 우리 대표가 국익을 반영해 협상할 수 있도록 용기와 지혜를 모아주는 것이 지금 해야 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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