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대선주자에 듣는다] 손학규 前경기지사

"기업 자율성 확대등 경제체질 바꿔야"<br>외국어 천국 만들어 주변국 富를 우리것으로<br>일시귀휴제-정규직화 딜 '新사회협약' 필요<br>중·고교과정 '4+2'로 통합등 학제개편 시급


100일 민생현장 대장정으로 관심을 모았던 손학규 전 경기기사를 서울 서대문 사무실에서 만났다. 그는 방송출연을 위한 분장을 지울 틈도 없이 인터뷰에 응했다. 손 전 지사는 특유의 강한 어조로 각 분야에 대한 소신을 밝혔다. 특히 자신의 첫 대형 프로젝트격인 동북아 무역허브 구상을 힘주어 설명했다. 대담=황인선 정치부장 his@sed.co.kr ◇경제 -역시 어려운 경제 얘기를 먼저 꺼내지 않을 수 없다. ▦국가의 체질을 바꿔야 한다고 본다. 아직도 우리는 국가 주도의 경제를 벗어나지 못했다. 이제 민간 주도, 기업이 주도하는 경제를 만들어야 한다. 국가가 일자리를 만드는 게 아니라 기업이 만든다는 생각을 갖고 불필요한 규제를 철폐하고 자율성을 최대한 확대하는 게 중요하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체결을 3월 시한까지 끝내야 한다는 주장을 제기했는데. ▦한미 FTA는 되도록 빨리 체결해야 한다. 국제적 경쟁력을 높이고 미국의 정보지식시장을 선점해서 동북아 허브 역할을 해야 한다. 미국이 전세계 수입시장의 21.8%를 차지하지 않는가. 중국의 미국 시장점유율이 10년 전 6%에서 지금 15%로 올라갔는데 우리는 3.3%에서 2.6%로 거꾸로 내려앉았다. 물론 농업처럼 피해를 볼 수 있는 분야에 대해서는 적극적으로 지원할 수 있는 체제를 갖춰야 한다. -구체적으로 어떤 효과가 예상되는가. ▦단순히 미국과 거래를 트겠다는 게 아니라 동북아 경제시스템 속에서 우리의 역할을 고민할 필요가 있다. 세계 외환 보유의 47%가 한ㆍ중ㆍ일 이 3개국에 몰려 있어서 미국 경제도 동북아를 봐야 하는 상황이다. 미국이나 유럽연합(EU)을 대상으로 한 교역의 관문 역할을 한ㆍ중ㆍ일 3국 중 우리가 선점하자는 것이다. 그러면 한국은 동북아 경제허브 역할을 할 수 있다. 한일 FTA는 당초 2005년 안에 끝내기로 했던 사안으로 현실적으로 조속히 추진 가능하다. 또 한중 FTA 협상도 2007년 중 착수해야 한다. 만약 한미-한일-한중 FTA가 조속히 성사되면 5년 후 우리 수출 증가율은 5.3% 정도가 될 것이다. 역시 핵심 산업은 전기ㆍ전자ㆍ자동차다. -구체적으로 어떤 그림을 그리고 있는지. ▦조만간 완성될 것이다. 예를 들어 교육시스템도 크게 바꿀 필요가 있다. 외국어 천국을 생각해보라. 대학생들이 영어와 중국어ㆍ일본어를 자유롭게 할 수 있고 동북아 허브 구상이 실현된다면 미국과 중국ㆍ일본의 부(富)를 다 우리 것으로 만들 수 있다. -기업의 노사 문제를 해결할 방법은 무엇인가. ▦신(新)사회협약이 필요하다. 근로자는 레이오프(일시 귀휴제)를 받아들여 고용불안 해소에 기여하고 기업은 비정규직 2년 근무 후 정규직 전환과 레이오프 리콜(재고용)을 보장하며, 정부는 국민의 평생교육의 기회를 획기적으로 확대하는 데 노력해야 한다. -부동산 문제가 심각한데 어떤 대책이 가능한가. ▦국민주택 규모 아파트는 분양가 심사제를 도입하고 공공택지에 짓는 주택은 공공이든 민간이든 분양원가를 완전 공개해야 하며 집 없는 사람에게는 주택청약 가점제로 특혜를 주는 한편 다주택자는 재당첨 기간을 제한해 투기를 막아야 한다. ◇국방ㆍ외교 -경색된 남북 관계를 근본적으로 어떻게 풀어야 할까. ▦6자회담이 성공적으로 진행돼 북한이 핵을 포기하고 한반도 비핵화가 이뤄지는 게 최선의 바람이다. 한국은 북한 핵을 포기하도록 하기 위한 공조에 적극 참여해야 한다. -한미 동맹 약화에 대한 일부 우려에 대해서는. ▦안보 불안이 외국인 투자 감소로 이어질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한미 FTA 등 한미 동맹은 정치ㆍ군사를 넘어 경제ㆍ사회ㆍ문화를 아우르는 포괄적 동반자 관계로 업그레이드돼야 한다. -군 복무 기간 단축에 대한 논의가 시작됐다. 모병제 전환과 복무 단축 등 병역 개편에 대해 어떻게 보나. ▦모병제 전환이나 복무 기간 단축은 정치적 목적으로 이용돼선 안된다. 우리 군의 현대화 정도를 감안해 단계적으로 이뤄져야 한다. ◇정치 -지지율이 오르지 않아 불안한 감이 있지 않나. ▦지금은 여권이 공백상태로 모든 게 확실하지 않다. 본선 경쟁력은 내가 최고다. 여권이 전열을 정비하고 지역ㆍ이념ㆍ세대간 대결 구도를 들고 나오면 당원과 국민들도 나의 가치를 올바르게 평가할 것이다. -당내 일부 유력 주자들의 줄 세우기에 대해 지적을 했는데. ▦한나라당이 벌써 이겼다고 생각하는 무사안일주의는 독약이다. 자칫 패배의 지름길이다. 승리하겠다고 철저히 자각하는 이들이라면 그걸(주자들의 줄 세우기 압박을) 수용해서는 안된다. ◇교육 -교육 제도의 개편을 주장하는 이들이 적지않다. ▦학교 공부만으로도 좋은 대학에 진학하거나 취업할 수 있도록 공교육 목표부터 재정립해야 한다. 대학 입시는 지방균형 선발제를 수용하는 조건으로 대학의 자율에 맡기되 객관적 평가기준을 마련해야 한다. 또 학제개편이 시급하다. 유아교육 2년을 공교육에 포함시키고 초등학교 과정을 5년으로 줄이며, 중ㆍ고교 과정은 인성교육 4년과 진로교육 2년으로 통합하는 게 바람직하다. -유아 문제도 공교육으로 해결하자는 것인가. ▦맞벌이 부부의 자녀는 국가가 키운다는 인식을 가져야 한다. 국공립 보육시설을 확충하고 두번째 자녀부터는 보육료 지원을 대폭 늘려야 한다. 2년제 유치원부터 의무 교육화해 부모의 부담을 줄여줘야 한다. [캠프, 누가 뛰나] 동아시아 미래재단 정책개발 '싱크탱크'
박종희 前의원 업무전반 총괄…언론공보는 조용택씨가 맡아
손학규 전 경기지사는 최근 캠프를 재정비했다. 사무실도 새로 단장했고 조직도 가다듬었다. 그는 캠프 업무를 정무ㆍ언론ㆍ정책ㆍ전략기획ㆍ조직ㆍ대외협력 등 6개 분야로 나눴다. 크게 보면 경기도청 출신 인맥이 정무와 조직ㆍ언론ㆍ기획ㆍ조직 등을 맡고 동아시아미래재단에서 뛰는 교수진 등이 세부 정책을 만들고 있다. 현역 의원은 거의 없다. 박종희 전 한나라당 의원이 그의 비서실장으로 캠프 업무를 총괄한다. 김성식 전 경기도 정무부지사가 정무특보를 맡았다. 언론 공보는 조선일보 편집국장 출신인 조용택씨가 총괄하면서 이수원 전 경기도 공보관과 국회의원 시절부터 손 전 지사를 보좌한 김주한씨가 실무를 지원하고 있다. 정책은 김태승 전 경기개발원 부원장이 총괄한다. 그는 자유무역을 통한 동북아 허브 구상 등 손 전 지사의 핵심 구상 밑그림을 그리고 있다. 이수영(전 경기도 영어마을 원장) 특보도 '세계 속 한국'이라는 그의 구상에 도움을 주고 있다. 실질적인 싱크탱크로 동아시아미래재단의 연구진이 있다. 김성수 성공회대 총장이 이사장을 맡고 있으며 송태호 전 문화체육부 장관이 상임이사를 맡았다. 이외에도 장달중 서울대 교수, 김형국 숙명여대 교수, 백영옥 명지대 교수, 김영수 서강대 교수, 조중래 명지대 교수, 윤호진 단국대 교수, 이철규 수원대 교수와 남상우 전 KDI 부원장 등이 포진해 있다. 전략기획실장에는 경기도 정책특보 출신이자 여론조사 전문가인 박종선씨가 기용됐다. 대형 기획사 출신인 이근섭씨 등 홍보 전문가도 지원하고 있다. 사이버실장은 강훈식 전 기획팀장이 맡고 있으며 실무는 손인기씨가 돕고 있다. 조직은 정승우 전 경기도 행정부지사와 임도빈 특보가 맡았으며 대외협력 업무는 정성운 한나라당 광명갑 당원협의회장이 맡고 있다. [왜 손학규인가] 여론주도층 '필승론' 강점
'한나라스럽지 않은' 이미지 어필…대중성·당내 지지세 취약이 약점
학생 운동을 하다 유학 후 대학 교수로 변신한 뒤 3선 국회의원을 거쳐 경기지사를 역임했다. 캠프 내에서도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한 손 전 지사를 복합적인 인물로 평가한다. 정책적으로는 한나라당 내 '빅3' 중 가장 개혁적인 인물로 꼽힌다. 심지어 정가에서는 여권의 정계 개편에 따라 '움직일 수 있는'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단도직입적으로 묻자 그는 "그런 얘기를 지금 할 것 없다"면서도 "여당의 재정비 상황을 두고 봐야 한다"고 대답했다. 운신의 폭을 한껏 열어둔 발언으로 볼 수 있다. 이상과 같은 사항을 간단히 정리하면 손 전 지사는 가장 '한나라당스럽지' 않은 후보다. 이는 대권 필승론과 연결된다. 만약 손 전 지사가 한나라당 후보로 나선다면 기존 한나라당 지지자들은 그를 지지할 가능성이 크다. 여기에 여권의 지지층까지 흔들어놓을 수 있다는 게 손 전 지사 측의 설명이다. 우리 사회여론 주도층 가운데 손 전 지사의 필승론에 공감하는 이들이 많다는 조사도 여러 번 나왔다. 문제는 그가 한나라당 후보가 될 수 있느냐는 것이다. 그의 여론조사 지지율은 5% 안팎이다. 이미 40%를 넘긴 이명박 전 서울시장이나 20%대를 지켜온 박근혜 전 대표 등 경쟁그룹에 너무 뒤처져 있다. 대중성 확보가 그에게는 최대 관건이다. 그는 일단 여유를 보이고 있다. "여권의 후보가 없고 아직 1년이나 남았다"는 게 그의 답이다. 주변에서는 당내 경선이 시작되면 손 전 지사의 본선 경쟁력에 대한 조명이 본격적으로 이뤄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기도 하지만 실현 가능성은 미지수다. 또 당내 지지세가 취약하다는 것도 약점이다. 그는 이와 관련, "주자들이 당원을 줄 세우지 말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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