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데스크 칼럼/6월 25일] 집 값 떨어지면 거래도 없다

부동산시장을 잡는 데 올인하겠다고 선언했던 노무현 전 대통령도 집값이 떨어져서는 안 된다는 사실만큼은 인지하고 있었다. 한 TV 대담에서 한 말이다. "부동산 값이 내리게는 하지 않는 게 좋습니다. 부동산 값이 내리면 우선 부동산을 잡고 돈 빌려주는 사람들의 금융이 부실하게 되고 그 다음에 작은 집을 가진 사람들의 상실감이 커집니다. 그리고 이사를 가고 싶은 사람들도 엄두를 못 내게 되고 그래서 부동산뿐만 아니라 경제 자체에도 심각한 영향을 미칠 우려가 있습니다." 잘못하면 손해 날까봐 투자 꽁꽁 집값 안정을 추구했지만 어느 정도는 올라줘야 한다는 게 그의 생각이었다. 그래야 집을 사려는 사람이 생기면서 거래가 이뤄지기 때문이다. "집값은 현재 수준에서 안정시키는 것이 좋습니다. 가장 이상적으로 얘기하면 금리 수준, 물가 수준, 이 수준으로 따라 오르게 하는 것이 가장 적당하다고 봐야겠지요." 최근 부동산시장이 얼어붙으면서 정부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단지 실종된 부동산 거래가 문제일 뿐 집값은 안정돼 있다고 강변하지만 그리 설득력 있는 얘기는 아니다. 집값이 떨어지니 거래가 안 되는 것이다. 무엇보다 돈의 생리가 그렇다. 돈은 돈을 벌 수 있는 데로 흐르고 그렇지 않으면 숨는다. "돈은 겁쟁이"라고 한 조석래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의 말은 만고의 진리다. 그의 말대로 미래가 불확실하거나 겁이 나면 돈은 어디론가 숨어버린다. 부동산시장에서 거래가 안 되는 것도 마찬가지다. 시중에는 돈이 넘쳐나는데 유독 부동산시장에서만 돈이 돌지 않는 것은 잘못하면 손해날 수 있다는 두려움이 크기 때문이다. 행여 집값이 떨어지고 있는데 아파트 매매가 늘어난다면 그 구성원들이 정부시책에 부응하는 사람들이거나 나라걱정을 하는 애국자 집단일게다. 하지만 돈에는 애국심이 없다고 했다. 한두푼도 아니고 평생에 걸쳐 모은 돈을 손해 보는 것을 알면서도 투자할 사람은 없다. 그렇다고 조금 지나면 나아질 것이라고 기대하기도 힘들다. 집값에 대한 비관론이 시장을 지배하고 있는데 거래가 늘어나기를 기대한다면 이는 단지 몽상가의 꿈일 뿐이다. 부동산정보업체인 부동산114가 서울 및 수도권 거주자 866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하반기 부동산시장 전망' 설문조사에서 전체 응답자의 53.8%가 집값 하락을 예상했다. 2년 내 신규 분양주택을 청약하겠다는 의사도 크게 줄어들었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은 "지난해 10월부터 실물경기와 부동산경기의 탈동조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면서 "하반기에 실물경기 성장세가 유지되더라도 부동산시장의 하락세를 반전시킬 요인이 많지 않다"고 분석했다. 물론 부동산에 대한 생각은 이중적이다. 집 없는 사람은 집값이 지금도 너무 비싸다며 더 떨어지기를 바란다. 집값이 올라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에 대해 가진 자의 주장 정도로 치부한다. 수요 활성화에 추가대책 맞춰야 하지만 부동산에 대한 알레르기성 발언을 서슴지 않았던 노 전 대통령도 집값이 어느 수준 정도는 올라줘야 한다고 생각한 데는 다 이유가 있다. 중개업소ㆍ도배업소 등 부동산과 건설의 직간접 종사자를 모두 따지면 300만여명에 이르고 그 가족을 포함하면 1,000만명에 이를 것이라는 추정도 있다. 부동산시장이 잘못되면 이들이 모두 힘들어진다. 정부도 이를 잘 알고 있을 것이라 믿는다. 심각하게 위축되고 있는 부동산 거래를 다시 활성화하려면 실수요자든, 투자자든 상관없이 어느 정도 집에 대한 욕심을 내게 해야 한다. 그래야 거래의 불씨가 살아난다. 집값이 떨어져서는 결코 불가능한 일이다. 앞으로 나올 부동산시장 추가대책도 이에 근거해 마련돼야 한다. 물론 폭등 상황을 제어해야 함은 불문가지다. 그렇지 않으면 그 어떤 대책도 효과를 거두기 힘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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