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목요일 아침에/5월 15일] 경제살리기 딜레마

올해 경제전망이 우울하다. 주요 예측기관들의 성장률이 갈수록 낮아져 이제 5% 이상을 전망하는 기관은 거의 없다. 대부분의 예측기관들이 올해 4%대 성장을 전망하고 있는 가운데 며칠 전 한국개발연구원(KDI)도 올해 성장률을 당초 5%에서 4.8%로 낮춰 잡았다. 소비ㆍ투자 모두 예상보다 부진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한국은행도 9개월째 금리를 동결하면서도 올해 4.5% 성장도 벅찰 것으로 내다봤다. 정부도 경기가 하강국면에 들어섰다는 진단을 내린 바 있다. 물가와 국제수지 사정도 갈수록 나빠지고 있다. 소비자물가는 벌써 4%대 상승을 보이고 있고 경상수지도 적자로 돌아섰다. 성장ㆍ물가ㆍ국제수지 세 마리 토끼 모두 달아나는 형국이다. 경제는 좋을 때도 있고 나쁠 때도 있으니까 일시적인 어려움이라면 지나치게 걱정할 이유는 없다. 호황과 침체가 반복적으로 나타난다는 경기사이클 이론도 있다. 그러나 대내외 여건을 짚어보면 지금의 경기하강 또는 침체가 일시적인 현상이라고 단정해도 좋을 정도가 아니라는 데 문제가 있다. 세계경제만 해도 서브프라임 모기지 위기가 최악의 상황은 지났다고 하지만 미국ㆍ일본 등 주요국의 경제전망은 여전히 어둡다. 최대시장 중국 역시 연 8%에 육박하는 인플레이션 압력 때문에 긴축 고삐를 쥐고 있다. 지금까지의 고성장세가 앞으로 얼마나 지속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오랫동안 수출이라는 단발엔진에 의존하고 있는 우리경제로서 불안감이 높아지는 것은 당연하다. 그렇다고 내수회복을 기대해볼 만한 상황도 아니다. KDI가 성장률의 하향조정에서도 밝혔듯이 올해 국내소비ㆍ설비투자ㆍ건설투자 증가세는 오히려 둔화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잘해야 2~3% 증가에 그칠 것이란 전망이다. 따져보면 소비와 투자가 부진한 것이 이상할 것도 없다. 일자리 창출이 안 되는 가운데 소득이 제자리걸음이기 때문이다. 더구나 부동산을 중심으로 세부담이 높아졌고 저금리 때 마구 빌린 금융부채의 금리부담 증대, 치솟는 물가 등을 감안하면 일반 가계의 소비여력은 크게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이명박 정부 들어 규제완화 기대감이 높아지는 가운데 기업들이 투자에 상당한 의욕을 보이고는 있지만 단기간에 대규모 신규투자에 나설지는 의문이다. 인수합병(M&A)이라면 몰라도 수익성이 좋은 신규 투자대상이 흔치 않기 때문이다. 더 답답한 것은 경제살리기에 올인할 수 있는 분위기도 아니라는 점이다. ‘747 공약’의 핵심수단인 대운하사업은 가물거리고 국민적 관심사가 되고 있는 정부를 비롯한 공기업 개혁, 규제철폐와 같은 구조개혁은 갈 길이 멀다. 더구나 당장 식어가는 경기를 살리기 위한 정책수단 자체를 가동하기가 쉽지 않는 실정이다. 기획재정부는 일단 경기하강을 막는 것이 시급하다고 보고 추가경정예산 편성과 금리인하를 바라고 있으나 추경은 여당 일각에서 반대입장이고 한국은행은 물가를 앞세워 금리인하에 부정적인 모습이다. 추경편성에 대한 반대논리는 다분히 정치적이다. 우리가 야당일 때 반대한 것을 뒤집을 수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경제상횡이 달라지면 수단도 달라질 수 있는 것이다. 적어도 경제살리기 공약으로 집권을 했으면 그 약속을 지키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더 흥미로운 것은 금리정책이다. 국내 금리정책의 엇박자는 정평이 나 있지만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가 막 시작될 때 진정국면이라며 엉뚱하게 금리인상에 열을 올린 것이 한국은행이다. 그때 망신을 당한 이후 9개월째 아무런 선택도 안 하고 있다. 물가 핑계다. 그러면서 고금리를 붙들고 있으면 국제유가와 원자재 가격 폭등에 따른 코스트푸시인플레이션이 잡히나. 그렇다고 한국은행이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처럼 금융위기나 외환위기에 책임을 지는 것도 아니다.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에 일말의 책임도 없는 벤 버냉키 의장이 청문회에 끌려 다니며 고생하는 모습과 비교하면 한국은행은 참 한가로워 보인다. 한 달에 한 번 금융통화위원회를 열고 물가 핑계로 금리동결하기로 했다 하면 그만이다. 한국경제가 한 단계 도약할 수 있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은 광우병 소동에 발목이 잡혀 있고 조류 인플루엔자(AI)는 방역당국을 조롱하고 있다. 경제살리기가 그렇게 쉬운 일이라면 무슨 걱정이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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