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원정에서 이기기 위해서는 해외에 투입된 전투병만이 아니라 모든 역량이 총동원돼야 한다”(최태원 SK 회장) SK그룹은 올들어 ‘글로벌 기업으로의 진화’를 목표로 일대 혁신을 벌여나가고 있다. 조직, 제도, 프로세스, 문화, 사람 등 모두를 바꾸자는 게 SK그룹의 올해 화두다. 아울러 SK그룹은 글로벌기업이 되기 위한 시스템을 차근차근 구축해나고 있다. “마인드만 가지고는 어렵다. 시스템이 뒷받침돼야 성과를 낼 수 있다”는 최 회장의 진두지휘에 따라 올초부터 SK의 모든 조직을 글로벌체제로 바꿔 나가고 있는 것. 특히 최 회장은 올해부터 글로벌 영역에서 가시적인 성과가 있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그동안 SK그룹이 해외시장 개척과 투자를 통해 씨를 뿌렸다면 올해부터는 글로벌 시스템을 토대로 하나둘씩 열매를 수확해야 한다는 방침이다. 이를 위해 SK그룹은 글로벌리티 제고를 목표로 각 계열사들이 해외조직을 신설하고 신규사업을 활발히 추진하는 등 글로벌기업으로의 일대 변신을 꾀하고 있다. ◇최태원 회장의 진두지휘=SK그룹의 글로벌 진화 맨 앞에는 최 회장이 서 있다. 최 회장은 지난해 총 17회의 해외 출장을 다녀왔다. 67박 85일에 걸친 강행군이다. 이중 SK그룹이 가장 역점을 두고 있는 중국지역 출장이 6회에 달한다. 중국 외에 쿠웨이트, 스위스, 말레이시아, 영국, 미국, 베트남, UAE 등을 방문하며 활발한 글로벌 비즈니스를 펼쳐왔다. 최 회장은 지난 1월 다보스포럼에 다녀온뒤 2월말 미국으로 출국, 오일메이저 등과의 미팅을 통해 SK그룹의 글로벌 전략을 구체화했다. 이처럼 앞장선 글로벌 행보로 미래 전략을 가다듬고 있는 최 회장은 “글로벌리티 제고는 해외사업부서만의 일이 아니라 국내 마케팅 등 국내사업 역량이 해외로 전달돼야 한다”며 “글로벌리티를 높이기 위해서는 해외시장 진출이나 투자, 매출을 늘리는 것 외에도 언어, 생활습관 등 문화적인 측면도 함께 글로벌 수준으로 끌어올려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최 회장은 올해에도 바쁜 해외출장을 소화하며 그룹의 글로벌 진화를 독려할 계획이다. 그룹 관계자는 “최 회장은 글로벌리티 제고가 선언으로만 그치는 것이 아니라 글로벌 시스템을 정착시켜 가시적인 성과를 거두고 결실을 맺을 수 있도록 하나하나 꼼꼼하게 챙길 것”이라고 밝혔다. ◇‘차이나 인사이더’가속화=올해 SK그룹은 10년여동안 강력히 추진해온 중국시장 공략에 더욱 속도를 낼 방침이다. 중국을 내수시장화하기 위해 SK그룹이 외쳐온 캐치프레이즈는 ‘차이나 인사이더’. 중국 내 중국 기업 리더들 또는 글로벌 메이저들과 경쟁해 이길 수 있는, 중국 내에서 생존과 성장을 담보할 수 있는 역량과 자세를 갖춘 기업을 만들자는 의미다. 그룹 관계자는 “‘차이나 인사이더’를 강화하자는 것은 SK그룹이 중국에 진출한지 15년이 넘었지만 큰 성과가 없었다는 반성도 담겨 있다”며 “주요 사업영역이 에너지·화학 및 정보통신 서비스라는 국가규제 영역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올해에는 중국 규제가 풀리기만을 기다리는 안일한 비즈니스 대신 공격적으로 제휴 등을 통해 사업기반을 닦아나가겠다는 게 SK그룹의 복안이다. 이를 위해 다른 글로벌 기업에는 다소 뒤쳐졌지만 여전히 진입할 수 있는 미개발 지역에 역량을 집중할 방침이다. 이와 관련, 최 회장은 “중국의 랴오닝성·후베이성·광둥성 등의 주요 성들과 활발해만 지역 등 신흥개발 지역에 대한 답사를 통해, SK그룹의 중국사업 가능성을 확인했다”고 강조한바 있다. 이렇게 차이나 인사이더 바람이 불면서 SK그룹에서는 중국어와 중국문화 학습이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각 계열사별로 중국 연수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기초체력을 탄탄이 기르고 있는 셈이다. ◇시스템을 바꾼다=SK그룹은 시스템을 글로벌 기업에 맞게 변화시키고 있다. SK㈜는 해외사업을 공격적으로 하기 위해 SKI(SK International)를 신설했다. SKI 해외자원개발은 물론 중국 베이징ㆍ상하이, 미국 휴스턴, 영국 런던, 페루 리마, 아랍에미리트 두바이 등 14개 해외지사 운영을 책임진다. SK텔레콤도 중국 현지에 자본금 3000만달러의 지주회사를 설립키로 하는 등 모든 역량을 글로벌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지주회사는 SK텔레콤의 중국 내 합작사 또는 자회사 형태로 운영중인 현지법인 지분 100%를 보유, 중국 사업을 총괄토록 할 예정이다. 중국 차이나유니콤에 지분투자를 한데 이어 중국 사업을 본격화하려는 의지가 반영된 것이다. 이와함께 SK의 정보통신(IT) 계열사들은 서로 힘을 합쳐 시너지는 내는 ‘따로 또 같이’ 글로벌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그룹 관계자는 “SK텔레콤의 강점이 세계 최초의 CDMA 상용화 기술을 바탕으로 한 기술력이라면 SK커뮤니케이션즈는 다양한 형태의 콘텐츠가 무기”라면서 “이 같은 경쟁력을 서로 합해 미국, 중국, 일본, 독일 등 해외진출을 더욱 가속화하겠다”고 밝혔다. 특별취재팀 정상범 차장ㆍ이규진 기자ㆍ김호정 기자ㆍ한영일 기자 sky@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