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미디와 격투가 만나는 점프(Jump where comedy meets combat)’ 오프 브로드웨이 공연의 중심지인 미 뉴욕 맨해튼의 유니온 스퀘어 한 쪽 모퉁이에 자리잡은 뉴욕 필름 아카데미 건물 위 비언어극 ‘점프’의 광고 간판이 눈에 들어온다. 그 건물을 바라보며 왼쪽으로 돌면 유니온 스퀘어 극장. ‘점프’ 공연 극장이다. 1926년 지어진 이 극장은 뮤지컬 ‘뱃 보이(Bat boy)’, 러시아 비언어광대극 ‘슬라바의 눈쇼(Slava’s snowshow)’ 등을 상연한 곳. 극장 앞에는 ‘점프’를 보러 온 인파로 북적거린다. 그 중에는 할리우드 스타 브래드 피트와 안젤리나 졸리가 다섯 아이들 손을 잡고 입장하는 모습이 보였고 영화 감독 강제규씨 등 낯 익은 얼굴들도 눈에 띄었다. 현지 시간 7일 저녁 7시 ‘점프’의 오프 브로드웨이 오프닝 공연이 마침내 열렸다. 한국 공연으로는 2004~2005년 18개월 동안 공연했던 ‘난타’에 이어 두 번째로 오프 브로드웨이 무대에 오르는 것. 올해 오프 브로드웨이에서 유일하게 종영일을 따로 정하지 않은 오픈런 방식으로 공연에 들어간 ‘점프’는 ‘난타’보다 장기 공연 가능성이 더 클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세계적인 공연 매니지먼트사인 콜럼비아 아티스트 매니지먼트사(CAMI)가 제작과 투자에 참여한 것도 큰 이유. 현지 제작사가 참여한 만큼 세계적인 무대에서도 충분히 승산이 있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공연이 시작되자 엉거주춤 걷는 노인 역할을 맡은 배우가 무대 위로 힘겹게 올라가며 카랑카랑한 목소리로 외친다. “헬로, 뉴욕” 관객들의 박수가 이어지며 막이 올랐다. 다섯 살 배기 꼬마 아이에서부터 60대 노인까지 다양한 관객들은 공연 내내 폭소를 터뜨렸다. 한국 공연에서보다 완성도는 한층 높아졌다. 사위와 딸이 사랑에 빠지는 장면 등 다소 긴박하고 모호하게 진행됐던 스토리 구성이 보다 명확하고 분명해진 것. 여기에 극중 소품으로 등장하는 빵을 뉴요커들이 즐겨찾는 ‘서브웨이 샌드위치’로 바꾸는 등 세밀한 부분까지 재조정한 점이 특히 눈에 띈다. 첫 공연 후, 관객의 반응은 매우 고무적이었다. 한국적 웃음 코드가 현지인에게도 무리 없이 통했던 것. 공연 도중 할아버지 역할을 맡은 배우의 손에 이끌려 무대에 올랐던 린다 즈윈스키(20)씨는 “한국의 웃음 코드라는 걸 못 느낄 정도로 보편적이고 재미있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람객 도날드 웨버(44)씨도 “무술과 코미디가 적절히 조화돼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즐겼다”고 말했다. 김경훈 예감 대표는 오프닝 공연후 “세계적으로 유명한 브랜드 공연으로 발전시킬 것”이라고 자신감을 표명했다. 티켓 가격은 세계적인 오프 브로드웨이 공연 스텀프와 비슷한 20~65달러로 책정됐다. "점프, 브로드웨이의 머니 머신 될 것" [인터뷰] 공동제작자 마크 마르소 CAMI 벤처스 대표 "점프가 브로드웨이의 머니 머신(money machine)이 될 겁니다." 비언어극 '점프'의 오프 브로드웨이 개막을 앞두고 현지에서 만난 미국내 공동제작자 마크 마루소(46ㆍ사진) 콜럼비아 아티스트 매니지먼트 벤처스사(CAMI 벤처스) 대표의 얼굴에는 여유가 넘쳐났다. 마루소 대표는 "지난 9월 25일부터 시작한 프리뷰 공연이 몇 차례 매진될 정도로 초반부터 좋은 반응을 보이고 있다"며 "현지 비평가들의 리뷰 기사가 실리는 화요일 이후부터 본격적인 관객몰이 전략에 들어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마루소 대표는 호세 카레라스 등 세계적인 아티스트들의 매니지먼트를 담당하는 IMG사 수석 부사장으로 근무하는 등 25년간 쇼 비즈니스에서 일한 베테랑. 그는 '점프'를 처음 봤을 때 이미 '될 성 부른 떡잎'임을 예감했다고 한다. "지난해 2월 '예감' 측(점프의 한국 제작사)이 영국에서 스페셜 게스트로 초청해 무료로 봤거든요. 공연 내내 웃음을 참을 수가 없었어요." 그는 이후 '예감'에 오프 브로드웨이 제작을 제의했고, 1년 8개월의 준비 기간을 거쳐 '점프'는 마침내 세계 공연의 중심지에 서게 됐다. 그가 말하는 '점프'의 매력은 보편적인 웃음 코드. 그는 "점프는 간단하면서 이해하기 쉬운 게 특징"이라며 "남녀노소 관객 모두에게 통하는 웃음의 코드를 지니고 있다"고 말했다. 가부장적인 할아버지가 등장하는 등 '점프'의 한국적 특징이 브로드웨이 무대에서 위험 요소가 아니냐는 질문에 그는 "공연을 제작하면서 '점프'를 100번 이상 봤지만 한 번도 한국적이라는 이유로 이질감을 느낀 적이 없었다"며 "오히려 시트콤 '레이먼드' 등에서 보듯이 '점프'의 가족 드라마적인 특징이 장점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의 목표는 오프 브로드웨이에서 15년 동안 장기 공연한 비언어극 '스텀프'처럼 '점프'를 오프 브로드웨이 무대의 터줏대감으로 키우는 것. 흥행 가능성을 다시 묻는 기자의 질문에 그는 짧게 답했다. "성공한 공연은 몇 번을 보고 또 봐도 괜찮은 작품을 말하죠. '점프'가 바로 그런 작품입니다." 카미 벤처스는 1925년 설립된 세계적 엔터테인먼트 매니지먼트사인 카미의 자회사로 공연 기획과 제작을 담당하는 회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