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시가 있는 풍경/12월 20일] 나의 방명록

밥값(창비 刊)

나의 방명록에 기록된
인간의 이름은 다 바람에 날려갔다
기역자는 기역자대로 시옷자는 시옷자대로
바람에 다 날려가
씰크로드를 헤매거나 사하라 사막의
모래언덕에 파묻혔다
어떤 애증의 이름은 파묻혀 미라가 되었으나
이젠 잊어라
이름이 무슨 사랑이더냐
눈물 없는 이름이 무슨 운명이더냐
겨울이 지나간 나의 방명록엔
새들이 나뭇잎을 물고 나아와 이름을 남긴다
남의 허물에서 나의 허물이 보일 때
나의 방명록엔
백목련 꽃잎들이 떨어져 눈부시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