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시론] 위앤貨 절상과 세계경제 변화

유병규<현대경제연구원 경제본부장>

미국의 무역 적자 해소를 위한 위앤화 환율 절상압력이 갈수록 가중되고 있다. 미국은 최근 6개월 내 환율제도를 정비하지 않으면 중국을 환율 조작국으로 지정하겠다는 강력한 경고 메시지와 함께 환율제도 변경압력을 강화하기 위한 대중 환율특사까지 신설했다. 경제 주권을 내세워 완강히 버티고 있는 중국의 입장을 볼 때 빠른 시간 내 환율제도 변경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다만 7월의 선진8개국(G8) 정상회담이나 9월 미ㆍ중 정상회담 이전에 중국이 선진국들의 통상압력을 약화시키기 위해 기습적으로 소폭이나마 환율 절상을 단행할 가능성은 존재해 보인다. 위앤화 절상 논의를 통해 한 가지 확실시되는 것은 중국의 환율제도는 점차 변동환율제도로 이행돼나갈 것이라는 점이다. 중국의 환율제도 변화는 세계 경제의 성장세와 협력 양상을 구조적으로 변화시킬 가능성이 높다는 매우 중요한 시사점을 내포한다. 우선 중국의 자본주의 경제운용이 한층 힘들어질 것으로 보인다. 환율 절상은 그 크기와 상관없이 중국 상품의 수출경쟁력을 약화시키는 요인이 돼 중국 경제의 성장세를 약화시킬 것이다. 환율 변동폭이 커지면서 경제의 불안정성과 불확실성도 증가할 것이므로 중국 정부의 정교한 경제정책 운영 능력과 금융시장 인프라도 필요해진다. 환율절상으로 저가경제의 한계에 봉착할 중국 경제는 이제 경제 선진화와 기술혁신 노력을 배가함으로써 비가격 경쟁력을 바탕으로 한 경제발전 전략도 본격화할 것이다. 중국의 환율제도가 바뀌면 미국 경제에는 얼마나 도움이 될까. 일단 위앤화 절상의 일차 목표인 무역수지 적자 개선에는 별 효과가 없을 것이라는 게 대부분의 분석 결과다. 미국은 선진국 중에서 가장 높은 소비성향을 지녔다. 게다가 중국의 저가상품에 대한 수입의존도가 높은 미국의 입장에서 위앤화 절상으로 큰 폭의 적자 개선을 기대하기는 힘들다. 오히려 미 채권시장이 위축되고 물가상승 압력도 높아져 미국 경제에 부담만 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크다. 미국 경제의 개선이 미흡할 때 문제가 되는 것은 중국은 물론 한국을 비롯한 대미 흑자국들에 대한 미국의 통상압력이 가중될 것이라는 점이다. 그 결과 세계 각국들이 자국의 경제이익을 앞세워 근린궁핍(近隣窮乏)의 제로섬 게임을 더욱 치열하게 전개한다면 세계 경제 불안이 가중되고 성장세가 약화되는 음울한 시나리오가 현실화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중국의 환율제도 변화를 통해 나타날 수 있는 세계 경제의 구조 변화는 중장기적으로 국내 경제에도 심각한 타격을 주는 원인으로 작용한다. 대중 의존도가 지극히 높은 상황에서 위앤화 절상으로 중국 경제에 파급될 것으로 예상되는 성장세 둔화와 불안정성 증대, 경쟁력 강화는 모두 한국 경제의 입지를 매우 취약하게 만들 것이다. 또 환율 절상이나 시장개방 등 미국의 대한 통상압력까지 가중된다면 국내 수출산업뿐 아니라 내수 서비스산업도 성장세를 유지하기가 어려워진다. 당장 위앤화 절상이 우리 경제에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 해서 이로 인해 예상되는 세계 경제 변화를 간과해서는 안된다. 정부는 무엇보다 중국 경제의 불안과 경쟁력 강화로 우리 경제에 파급될 ‘차이나 리스크’를 관리할 수 있는 중국 경제 경보시스템을 구축하는 한편 원ㆍ엔ㆍ위안화 공동 통화 제정과 같은 한ㆍ중ㆍ일 경제협력 방안을 주도해나가야 한다. 향후 예상되는 세계적인 통상 마찰 증대에 대응할 수 있도록 정부와 민간이 협력해 주요 통상국을 상대로 하는 ‘풀 뿌리’ 통상 외교 대책도 강화해야 할 것이다. 기업은 중국 경제의 성장을 최대한 활용하는 한편 부단한 기술혁신과 신제품 개발 등을 통해 경쟁력을 키우는 데 최선을 다해야 한다. 중국ㆍ미국 외에 신시장 개척 등을 통해 기업 스스로도 주요 교역국과의 통상 마찰을 피할 수 있는 다양한 지혜를 발휘해야 함은 물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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