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곳곳 역사의 숨결 간직한 '동방의 베니스'

옛 시인의 풍류는 水路를 따라 흐르고… 中 저장성 우전<br>十字형 수로엔 나룻배 두둥실… 1,000년 넘은 돌다리·가옥 즐비<br>도시인들 피로 씻겨주는 水鄕<br>긴 골목길 따라 찻집·옛 약방 등 청나라 말기 마을 풍경 그대로<br>마오둔의 文香도 느낄 수 있어

우전(烏鎭)이 '동양의 베니스'로 불리는 것은 십자(十字) 형태로 지역을 관통하는 수로 때문이다. 나룻배에 몸을 싣고 2㎞에 이르는 수로관광 코스를 따라가면 1,000년을 관통하는 중국의 역사를 눈앞에서 볼 수 있다.

청나라 말기 모습을 간직한 우전 골목의 전경

마오둔기념관의 마오둔 동상

중국 청나라 시대 누각에 앉아 수로(水路)에 비치는 보름달을 벗삼아 술잔을 기울이고 취기가 슬며시 오를 때쯤이면 나룻배 젓는 사공의 흥얼거림을 지척에서 들으며 잠을 청한다. 옛 시인의 풍류놀이에 나올 법한 장면이지만 현실에서도 가능하다. '동방의 베니스'로 불리는 중국 저장성(浙江省) 우전(烏津)은 바쁜 생활에 지친 도시인들에게 족히 200년의 시간을 거슬러올라갈 수 있게 해주는 중국의 대표적 수향(水鄕)이자 살아 숨쉬는 강남의 전통 박물관이다. 송(宋)ㆍ명(明)ㆍ청(淸) 시대의 진사(進士)ㆍ거인(擧人) 200여명과 근대 중국문학의 거두 마오둔(茅盾)의 숨결이 느껴지는 학문의 고장. 청나라 말기 마을 풍경을 고스란히 간직해 당시 사람들의 생활상을 엿볼 수 있는 마을. 상하이에서 중국 공산당 출범지인 난후(南湖)로 유명한 자싱(嘉興)을 거쳐 고속버스로 1시간만 달리면 닿을 수 있는 곳이다. 현재 5만9,000명 정도의 주민이 사는 우전에 사람들이 모여 살기 시작한 것은 7,000년 전의 일로 알려져 있다. 현지인에게 들은 우전이라는 이름의 유래 또한 흥미롭다. 당나라 말기의 혼란 속에 우전은 관의 지배력이 닿지 않는 무법천지였다. 이즈음 우(烏)씨 성을 가진 장군이 마을을 보호해주기 시작한다. 몇 년 후 우 장군은 도적들과의 전투에서 장렬히 전사하고 주민들은 이때부터 우 장군의 성을 따 마을을 '우전'이라고 부르기 시작했다고 한다. 오진유객복무중심을 통과하면 나룻배 정거장이 있다. 1인당 60위안 정도를 내면 본격적으로 나룻배 위에서 '중국판 베니스'의 정취를 느껴볼 수 있다. 수로관광 코스는 십자(十字) 형태로 우전을 가로지르는 수로를 기준으로 삼아 서쪽 코스인 서책(西柵)과 동쪽 코스인 동책(東柵)으로 나뉘는데 현지인의 말을 빌리자면 서책의 볼거리가 동책에 비해 화려하다고 한다. 나룻배가 떠다니는 우전의 수로는 베이징(北京)과 항저우(杭州)를 잇는 1,800㎞의 '경향운하(대운하)'와 연결돼 있다. 수로관광은 2㎞ 코스로 30여분 동안 1,000년 이상 된 수로의 돌다리들, 수로변의 전통가옥 등을 살펴볼 수 있다. 비위가 약한 관광객이 뱃멀미를 느끼기 시작할 즈음 나룻배는 출발점에서 2㎞ 정도 떨어진 정박장에서 멈춰 선다. 이곳이 우전 도보관광의 출발지다. 높이 솟은 백련탑에서 좌측으로 꺾어 찻집거리를 지나면 '삼국지'로 유명한 장수인 관우상이 나온다. 재신(財神)인 관우 앞에서 재운을 빌고 층계가 있는 흰색 돌다리를 건너면 청나라 시대 골목길이 길게 펼쳐진다. 골목을 걷다 보면 '우전(烏津)' 이라는 붓글씨가 선명한, 돗자리로 짠 상징물이 건물 외벽에 붙어 있다. 사진으로 추억을 남긴 뒤 좀 더 걸으면 약 냄새가 솔솔 풍겨온다. 청나라 말기 모습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는 약국이다. 청 말기에 영업을 시작한 이발소도 근처에 있다. 초로의 이발사는 관광객들의 플래시 세례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묵묵히 나무 의자에 앉아 손님을 기다리고 있다. 서책 골목에는 지난 1903년에 설립된 '로' 우체국도 이방인들의 눈길을 끈다. 서책골목에 거의 없는 서양식 건물이다. 우체국 안에는 청나라 말기 집배원의 의복과 각종 우체품들이 전시돼 있다. 또 골목 상점에는 수공예품을 만드는 주민들도 간간이 보인다. 신발 수제품을 판매하는 상점도 있는데 이곳 신발은 우전에서 직접 염색 및 건조를 거친 천으로 제작된다. 서책골목 끄트머리에는 중국 남조 양나라의 소명태자 소통이 공부했던 '소명서당'이 있다. 서당 안에는 각종 책이 전시된 도서관을 비롯해 강당ㆍ서화교실 등도 있다. 녹음이 우거진 서당에서 소통은 스승들과 학문에 열중했다고 전해진다. 우전에서 보낸 학업의 시간 덕분인지 소명태자는 중국 최초의 시가산문전집을 정리했다. 중국 고대 독서애호가들의 필수서적이 됐다고 하니 우전에서 학문을 갈고 닦았던 소통의 학식을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우전 학풍을 대표하는 고대 인물이 소명태자라면 근대의 인물은 마오둔(茅盾)을 꼽을 수 있다. 마오둔은 소설 '무지개' '자야' 등으로 널리 알려진 중국 현대문학의 대가로 중국 제1대 문화부장을 지냈다. 우전에는 마오둔의 서재를 그대로 옮겨놓은 마오둔기념관이 건립돼 있다. 마오둔기념관까지 둘러봤다면 핵심적인 우전 관광은 마친 셈이다. 푸른빛의 천이 길게 널려 있는 천연염색장을 지나면 오진유객복무중심으로 돌아가는 큰 배가 정박해 있다. 중국인들의 수다를 들으며 배를 타고 수로를 건너니 마치 중국 영화 한편을 본 듯 출발지로 되돌아와 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