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로터리] 편견을 버리자

지난 1940년 5월의 어느날. 미국의 백화점마다 신소재 스타킹을 사려는 여성 고객들이 장사진을 이뤘다. 이 신소재는 나일론으로, 실크(비단)보다 질기고 면보다 가벼우며 신축성이 뛰어났다. 당시 나일론 스타킹의 가격은 1.15~1.35달러로 실크 제품보다 2배나 비쌌지만 판매 당일에만 78만켤레, 첫 한 해 동안 팔려나간 스타킹이 64억켤레나 됐다. 미국 여성이라면 한 켤레 이상 산 셈이다. 이렇듯 전통제조업으로 불리는 섬유산업도 20세기 초반에는 화학기술의 발달로 나일론과 같은 우수한 합성섬유ㆍ합성수지 제품이 쏟아져 나오며 시기를 앞서가는 첨단산업으로 이었다. 대한상공회의소가 얼마 전 발표한 ‘우리 경제와 산업에 대한 실제와 오해’라는 조사 보고서에는 섬유산업에 대한 흥미로운 언급이 있었다. 백색가전이나 섬유, 의류 등 전통제조업이 중국의 저가공세에 밀려 시장을 잠식당하면서 성장한계가 제기되고 있지만 사실은 섬유ㆍ의류 같은 전통제조업이 여전히 국내 경제를 이끄는 캐시카우(수익창출원)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올 들어 지난 3ㆍ4분기까지 제조업 생산의 75%, 수출의 70%, 고용 비중의 88%를 차지하는 등 우리 경제에 있어 전통제조업의 비중은 여전히 높아 수요환경 변화에 민첩하게만 대응해도 얼마든지 고부가가치화 여지가 충분하다는 지적이다. 섬유강국 이탈리아의 경우 올 7월까지 미국으로 수출한 의류제품의 1㎡당 평균단가는 19.6달러로 세계 평균(3.12 달러)보다 6배 이상의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우리나라 의류제품의 현 평균단가는 3.5달러로 세계 평균을 약간 상회하는 수준이지만 원료조달에서부터 원단, 의류까지 생산하는 토털 산업으로서의 가능성이 무궁무진하며 패션성과 기능성을 가미한다면 얼마든지 부가가치를 높일 수 있는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 정부에서도 섬유산업의 성장 가능성을 높이 평가해 11월 ‘2015 섬유ㆍ의류산업의 비전 및 발전전략’을 발표하고 10년 내 세계 섬유산업 4강으로의 비상을 그리고 있다. 한국의 강점인 정보기술(IT)을 섬유산업에 접목시키고 한류열풍을 최대한 활용해 섬유강국으로 도약하겠다는 것이다. 사양산업ㆍ한계산업은 애초부터 없었다. 노력 여하에 따라 전통제조업이 다시 첨단산업이 될 수도 있는 것이다. 또한 이러한 노력은 먼저 전통제조업이 한계산업이라는 그릇된 인식을 바로잡는 일부터 시작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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