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량 앞에 장사 없다’
잠실 지역 아파트시장에 찬바람이 여전하다.
4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제2롯데월드 건설 등 호재에도 불구하고 이 지역 아파트 가격이 여전히 약보합세에 머물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급매물은 나오고 있지만 매수세가 거의 없어 거래도 미미한 실정이다.
현지 부동산 관계자들은 올 하반기 잠실주공 1ㆍ2단지, 잠실 시영 등 입주물량이 대거 쏟아져 나오는 탓으로 풀이하고 있다.
▦잠실 주공2단지(5,563가구) ▦잠실 시영(6,864가구) ▦잠실 주공1단지(5,678가구) 등 총 1만 8,900여 가구가 오는 7~9월 사이에 입주를 앞두고 있다.
여기에 완공과 동시에 1가구 2주택에 해당되는 입주예정자들이 중과세를 피하기 위해 급매물을 대거 내놓으면서 집값 상승의 발목을 잡고 있는 상황이다.
잠실 주공5단지의 경우 112㎡형이 2년여 전보다 2억원 가량 떨어진 11억 5,000만원에 거래가가 형성돼 있다.
잠실 소재 부동산써브공인중개 장태식 대표는 “입주물량이 대거 나오면서 매수 희망자들이 집값이 더 내리길 기대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ERA 잠실 부동산서비스 공인중개 최정희 대표는 “제2롯데월드 건설도 장기적으로는 호재가 될 수 있겠지만 단기적으로는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이라며 “물량이 많아 예전처럼 작은 호재에 들썩들썩하지 않는 것 같다”고 현지 분위기를 전했다.
이에 따라 전세를 끼고 매도계약을 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신천역 부근 월드공인중개 조화석 부장은 “매수세가 워낙 없다보니 전세계약을 먼저 맺는 소위 ‘전세끼고 매매’가 늘어나고 있다”고 귀띔했다. 매도자들이 매수자의 초기부담을 덜어주면서라도 매물을 털어내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는 것이다.
부동산써브 함영진 실장은 “잠실 시장에 일시적으로 물량이 쏟아져 나오는 상황이라 추가 가격조정이 있을 수 있다”며 “조금 더 저렴한 가격으로 ‘강남 갈아타기’를 노리는 투자자에겐 좋은 기회가 될 수 있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