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 영화 '송환'과 납북자·국군포로

비전향 장기수 문제를 다룬 다큐멘터리 영화 ‘송환’이 최근 재상영돼 관심을 끌었다. 이 영화는 비전향 장기수들의 삶을 다뤄 화제가 됐던 작품이다. 감독은 내레이션을 통해 장기수들이 혹독한 고문과 회유에도 30여년의 세월을 독방에서 견뎌냈다고 말했다. 비전향 장기수들의 처절한 일생을 묘사한 영상은 이내 마음을 뒤흔들어놓았다. 남파 간첩선의 선원이었다는 한 노인은 독방에서 수십년을 보낸 ‘기막힌’ 사연을 담담하게 들려줬다. 영화가 끝난 뒤 극장을 나서며 많은 생각을 했다. 통일부를 출입하는 기자에게 가장 먼저 떠오른 생각은 ‘북에 있는 납북자와 국군포로는 과연 어떤 생활을 하고 있을까’ 하는 궁금증이었다. 영화 ‘송환’에서도 이 부분이 언급됐지만 비전향 장기수 문제에 비해 부차적인 것으로 다뤄져 아쉬웠다. 현재 북한에는 납북자 480명과 국군포로 560여명이 생존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납북자ㆍ국군포로 중에서 북한에 전향하지 않고 자신의 신념을 지키며 송환을 기다리는 ‘비전향 장기수들’은 없을까. 정부는 그러나 납북자ㆍ국군포로들이 북한에서 어떤 생활을 하고 있는지 정확히 파악하지 못한다고 한다. 물론 폐쇄적인 북한 사회를 감안하면 이들의 생사 여부를 파악하는 것도 쉽지 않다는 점은 이해할 수 있다. 다만 걱정스러운 대목은 ‘과거 군사정권이 남파간첩 등 비전향 장기수에게 벌였던 폭압적 사상 전향 작업이 북한에서는 없었을까’ 하는 점이다. 정부는 지난 2000년 6ㆍ15 공동선언 이후 남북관계가 놀랄 만큼 발전했다고 자부한다. 하지만 자유민주주의 신념을 포기하지 않고 북녘 어딘가에 살아 있을 납북자ㆍ국군포로를 위해 정부가 한 일은 무엇인지 되묻고 싶다. 정부는 최선을 다해왔다고 주장하지만 국민들의 눈에는 그렇게 비쳐지지 않을 것이다. 때마침 납북자ㆍ국군포로 문제를 논의하는 제8차 남북적십자회담이 오는 10일부터 금강산에서 열린다. 영화 ‘송환’은 결국 북으로 돌아간 비전향 장기수들이 웃으며 노래하는 스틸 화면으로 막을 내린다. 납북자ㆍ국군포로들이 남한으로 송환되는 다큐멘터리를 보려면 얼마나 더 기다려야 하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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