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특파원 칼럼/12월 22일] 미국의 공짜 점심

지난주 말 미국 뉴저지의 최대 쇼핑몰인 가든스테이트플라자에서 주차공간을 찾는 데만 꼬박 30분이 걸렸다. 연간 2,000여만명의 쇼핑객들이 찾는다는 명성에 걸맞게 메이시∙노드스트롬∙베스트바이 등의 매장에는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몰려나온 쇼핑객들로 넘쳐났다. 마치 서울 강남에 있는 백화점에 들어온 듯한 착각이 들 정도였다. 미국 경제에 대한 장밋빛 전망이 번져나가고 있다. 투자은행들은 내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경쟁하듯 올리고 있다. 기업과 소비자들도 길고 긴 터널에서 벗어나고 있다는 느낌을 가지기 시작한 듯 보인다. 이러한 분위기를 만드는 데는 지난주 말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서명으로 모든 절차가 마무리된 8,580억달러(990조원)의 감세연장안의 역할이 크다. 감세연장안을 통해 부시 정부 시절 마련된 소득세 감세를 2년간 연장하고 사회보장세도 2%포인트 낮췄다. 상속세 면세한도도 500만달러로 올렸다. 이와 함께 실업수당 지급 기간을 13개월 연장한다. 오바마 대통령은 감세연장안에 서명하면서 경제회복과 일자리 창출을 이끌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의 기대처럼 월가에서는 감세연장안이 미국의 내년 경제성장률을 0.5~1%포인트 추가 상승시킬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미국의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는 내년 6월까지 6,000억달러 규모의 양적완화를 밀고 갈 것이라고 공언하고 있다. 이 같은 두 가지 부양책의 효과에 힘입어 내년 미국의 경제성장률은 4%를 넘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3% 안팎으로 추정되는 잠재성장률을 훨씬 웃도는 것이다. 세금은 깎아주면서 정부지출은 그대로 유지하자는 감세연장은 오바마와 공화당 사이에 이뤄진 누이 좋고, 매부 좋은 식의 타협의 산물이다. 공화당은 그동안 미국의 재정문제를 오바마 공격의 단골 소재로 사용하면서 정부지출 삭감을 약속했다. 반대로 오바마 대통령은 재정 건실화를 위해 부자감세는 반드시 철폐돼야 한다고 공언해왔다. '공짜점심은 없다(There's no such thing as a free lunch)'는 현대경제학에서 가장 기본적인 원리인 기회비용을 의미하는 문구다. 감세연장의 기회비용은 재정문제다. 올해 미국 연방정부의 부채는 13조8,000억달러로 국내 총생산대비 62%에 달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신용평가사인 무디스는 감세안 연장으로 이 비율이 72%를 넘어갈 것으로 예상했다. 최근 미 국채의 수익률이 급등한 것도 이 때문이다. 오바마 대통령과 공화당이 재정적자 감축을 위한 합의를 만들어내지 못한다면 미국경제는 점차 또 다른 수렁으로 빠져들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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