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ㆍ조선 업종에 대해 채권은행들이 진행 중인 신용평가의 객관성에 의문이 제기되면서 독립기구를 만들어 부실기업 구조조정을 추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설득력을 얻고 있다. 올해 실시한 1ㆍ2차 신용위험 평가결과 C등급을 받아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 대상으로 선정된 업체들이 일주일도 지나지 않아 최종 부도 처리되거나 법정관리를 신청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5일 금융권에 따르면 채권은행들이 지난달 27일 시공능력 101~330위 건설사 70곳에 대한 2차 신용위험 평가결과를 발표한 이후 C등급을 받은 13개 건설사 중 3곳이 일주일만에 부도를 내거나 법정관리를 신청했다. ◇부실한 신용위험 평가=금융권 일각에서는 건설ㆍ조선 업종은 물론 앞으로 예정된 해운업종ㆍ대기업 구조조정에 대해 독립적이고 객관적인 신용평가가 담보되지 않을 경우 '시장 실패'에 이어 '정책 실패'가 나타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건설ㆍ조선 업종에 대한 2차 구조조정의 경우 C등급을 받은 중도건설이 이달 초 어음결제를 하지 못해 최종 부도 처리됐으며 C등급을 받은 송촌종합건설도 법원에 기업회생절차를 신청한 직후 부도를 맞았다. 시공능력 178위 건설사인 영동건설도 2차 신용위험 평가결과 C등급을 받았지만 일주일도 지나지 않아 법원에 기업회생절차를 신청하고 말았다. 2차 구조조정에서 경영정상화 지원대상인 C등급을 받은 13개 건설사 중에서 23%에 해당하는 3곳이 일주일만에 부도를 내거나 법정관리를 신청한 것이다. 지난 1월 실시된 1차 건설ㆍ조선업종에 대한 신용평가 결과도 부실하기는 마찬가지다. 일시적인 자금난 판정을 받아 B등급으로 분류된 신창건설이 법정관리를 신청했으며 C등급을 받은 삼능건설과 대동종합건설도 법정관리를 신청한 상태다. 경영정상화 지원대상 기업들이 부실한 신용위험 평가와 채권단간 자금지원 배분을 둘러싼 의견마찰로 부도를 내거나 법정관리로 내몰리고 있는 것이다. ◇객관적인 평가기관 필요=이처럼 채권은행이 자율적으로 진행하는 기업구조조정에 문제점들이 터져 나오면서 객관적인 기구를 설립해 향후 기업구조조정을 진행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저축은행의 한 관계자는 "2차 건설사 구조조정의 경우 시중 은행들이 일방적으로 신용위험 평가를 내리고 저축은행에는 결과를 통보하는 수준"이라며 "채권단 전체의 의견이 수용되지 않고 주채권은행 중심의 구조조정이 진행되기 때문에 문제점들이 노출되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2차 신용위험평가에서 C등급을 받은 건설사들이 일주일도 되지 않아 부도처리를 신청하는 것은 주채권은행이 주도하는 구조조정에 저축은행 등 2금융권이 강하게 반발하고 있기 때문이다. 구조조정 절차와 신규자금 지원 문제를 둘러싸고 사전에 의견조율이 되지 않은 채 신용등급만을 평가했기 때문에 실무작업 진행단계에서 이견과 마찰이 노출되고 있는 것이다. '자율 구조조정'이라는 명목은 그럴듯하지만 실행단계에서는 주채권은행 중심의 '일방적 구조조정'으로 성격이 변질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