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 '럭셔리 코리아'의 진면목

우리나라처럼 ‘명품’이 끊임없이 화두인 나라는 없다. 작년에는 가짜 명품 시계와 ‘된장녀’ 논란이 언론을 뜨겁게 달구더니 올해는 백화점 업계의 명품관 유치 경쟁이 화제가 되고 있다. 갤러리아백화점이 10년 전 첫 선을 보인 이래 롯데백화점이 2005년 에비뉴엘을, 신세계백화점이 최근 본관 명품관을 오픈 하면서 백화점업계 ‘명품대전(大戰)’이 본격화 되고있다. 백화점업계가 이처럼 명품관 유치에 사활을 걸고 있는 이유는 그만큼 매출에 영향력이 크기 때문. 실제로 신세계백화점 본점은 지난달 28일 에르메스, 구치 등 258개 명품브랜드가 들어선 본관이 문을 연 이후 신관 매출이 20% 가량 늘어났다. 명품관 오픈이 뜸했던 고객들의 발길을 다시 끌어 모으고 있는 것이다. 이제 ‘명품관 없이는 백화점도 장사를 하기 힘든 시대’가 되었다고 한다면 지나친 비약일까. 최근 출간된 ‘사치의 나라, 럭셔리 코리아’에서 저자가 지적한 것처럼 명품소비는 개인의 선택에서 비롯된 것 뿐만이 아니다. 저금리와 신용카드로 소비를 권장하는 정부, 마케팅수단을 동원해 명품소비를 자극하는 사회 구조적인 이해관계가 얽힌 와중에서 나타나는 현상이다. 결국 문제는 ‘럭셔리 코리아’의 현실 속에서 우리가 얼마만큼의 실속을 차릴 수 있느냐에 달려있다. 얼마 전 기자와 만난 한 전직 명품업체 관계자는 “정작 한국에 유통되는 명품 중에는 A급이 많지 않다. 한국은 별다른 마케팅 없이도 수요가 넘쳐 나는 시장이기 때문에 본사에서 다소 질이 떨어지는 명품을 공급하면서도 생색을 내기 일쑤”라고 말했다. 게다가 명품브랜드 유통회사는 대부분 외국계라 명품시장이 매년 10%대의 성장을 거듭해도 실질적으로 우리 경제에 보탬이 되는 부분은 극히 적다. 유통업체에서도 명품을 팔아 받는 수수료가 일반 매장의 절반 수준에 불과하니 ‘럭셔리 코리아’의 명품경제에는 거품이 많이 끼어 있다. ‘명품 좀 그만 사라’고 다그칠 단계는 지났다. 이왕 ‘럭셔리 코리아’가 된 바에야 명품 유통망 개선, 명품소비 대국으로서의 한국 위상 강화 등을 통해 실속을 차리는 쪽이 현명하지 않을까. 명품소비가 우리 경제에 도움이 되는 쪽으로 하루 속히 시스템을 정비해 나가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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