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뜨거운 감자 복수노조] <중> 긴장하는 기업들

노사관계 예측 힘들어 조직 진단등 기초적 대응 그쳐<br>1개社에 수십개 노조도 가능 노무관리비 최대 19% 늘고<br>상급단체간 경쟁격화 가능성 "교섭창구 단일화해야" 지적




기업의 노사담당 임원들에게 요즘 하루하루는 긴장의 연속이다. 복수노조 시대에 대비한 노무관리 방안마련 때문에 눈코 뜰 새 없이 바쁘다 삼성그룹의 한 임원은 "구체적으로 무엇을 어떻게 하고 있는지는 말할 수 없으나 삼성전자를 비롯한 각 계열사별로 복수노조에 대비해 대응책 마련에 나서고 있다"고 밝혔다. LG 등 다른 그룹의 사정도 크게 다르지 않다. 문제는 복수노조 시대가 코앞으로 다가왔지만 대응방안이라는 게 기초적인 수준에 불과하다는 점이다. 한국경영자총협회가 최근 조사한 결과를 보면 기업들은 ▦조직 진단 ▦노무인력 보강 ▦노사관계 변수 분석 등의 대응방안을 연구하고 있다. 경총의 한 관계자는 이에 대해 "복수노조 허용시 노무관리에 있어 각 기업이 고려해야 할 다양한 변수가 크게 늘어나 이를 모두 예측해 정확한 대책을 마련하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정밀한 예측이 필요한데 방법이 없다"고 토로했다. 한마디로 복수노조 허용이 단위 사업장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지 예측할 수 없다 보니 기초적 대응 수준에 머물고 있다는 것이다. 복수노조 허용에 따른 노사관계 변화를 분석한 자료들을 보면 '노조 춘추전국 시대'를 예고한다. 기존 노조 조직의 분할 또는 신규 노조 신설 등을 통해 한 기업에 수십 개의 노조가 활동하는 형태다. 조영길 아이앤에스 법률사무소 변호사는 "단 두 명으로 노동조합 설립이 가능하다"며 "대형 사업장, 무노조 기업 등을 중심으로 별도의 노조를 설립하고자 하는 수요가 현실화되기 시작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복수노조 허용은 사무ㆍ관리직 노조 설립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현재 대다수 사업장 노조는 생산직이 주도하면서 규약상으로 사무직을 포함하는 형태를 취하고 있다. 이렇다 보니 사무직은 별도 노조 설립도, 기존 노조에 가입해 활동하기도 사실상 불가능했다. 복수노조 허용은 사무직 노조, 연구소 노조 등 다양한 고급계층의 노조 설립도 예고하고 있다. 한 회사에 정규직과 비정규직 노조가 공존하는 모양새도 예측 가능하다. 상대적으로 차별 받고 있는 기간제 근로자, 파견제 근로자, 사내 협력회사 소속 근로자들이 조합을 조직하는 경우다. 비정규직 근로자들의 조직화는 복수노조 금지 시대에서 양대 노동운동 세력이 주력해온 분야이기도 하다. 복수노조 허용은 노조 수 증가라는 양적 팽창만 불러오는 게 아니다. 노사갈등ㆍ노노갈등 심화, 상급단체 간 세(勢) 확대 경쟁 등도 예고한다. 복수노조 허용으로 그동안 평온한 노사관계를 이어가고 있는 사업장에 투쟁적 노조가 등장할 수도 있다. 또 노조끼리 조합원 수를 늘리기 위한 경쟁도 불 보듯 뻔하다. 세 확대 경쟁은 단위 사업장만의 문제가 아니다. 한국노총ㆍ민주노총 등 상급단체들의 노조 끌어들이기 경쟁도 예상된다. 박종남 대한상공회의소 상무는 "특히 상급단체 간 경쟁격화는 노조 문제를 개별 노조와 개별 기업이 아닌 상급단체와 기업 사이의 노사관계 문제로 확대 재생산시킨다"고 말했다. 노무관리 비용 증가도 복수노조 시대에서 빼놓을 수 없다. 경총의 조사에 따르면 1개 노조가 분할 또는 신규 설립될 경우 노무관리 비용이 현재보다 1.6% 상승한다. 분할과 신규 설립이 동시에 이뤄진 경우에는 노무관리 비용이 최대 19% 상승할 것으로 전망됐다. 그밖에 산술적으로 계량하기 힘든 것까지 고려하면 상승폭은 더욱 늘어날 것으로 분석됐다. 현재 1사 다수 노조를 유지하고 있는 국내 사업장들을 보면 상급단체에 각기 다르게 가입하는 등 혼선이 적지 않다. 복수노조는 현행법에서 금지하고 있지만 기업 합병 등으로 1사 다수 노조가 운영되고 있다. 노동부의 내부자료를 보면 지난 4월 현재 107개 사업장에 240개의 복수노조가 있다. 산술적으로 계산하면 1개 사업장에 2.2개의 노조가 활동하고 있는 셈이다. 이중 40개사는 1개의 상급단체에 가입돼 있다. 반면 50개사는 상급단체가 한국노총과 민주노총으로 혼재돼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실제 코스콤은 정규직 노조가 있는 상태에서 사내 하청업체 근로자들의 비정규지부를 결성했다. 이들 두 개 노조는 민주노총 사무금융연맹에 가입해 있었다. 이런 가운데 비정규지부가 파업에 들어갔고 정규직 노조가 동참하지 않으면서 노사 간은 물론 노노 간 갈등으로 홍역을 앓았다. 복수노조를 허용하는 유럽 국가에서도 다양한 노조 출현에 따른 폐해를 막기 위해 ▦전략적 산업 ▦연구개발(R&D) ▦소방 ▦건강ㆍ의료 등의 분야에서는 복수노조를 허용하지 말아야 한다는 의견이 제시되고 있는 상황이다. 배상근 전국경제인연합회 상무는 "복수노조 시행에 대비해 교섭창구 단일화 등이 반드시 필요하다"며 "아울러 기업들도 신노사관계에 맞춰 효율적인 대응방안 마련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