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이 글로벌 금융불안에 따른 경영환경 악화에 대응하기 위해 비상경영 체제에 들어갔다. 황영기 KB금융지주 회장은 9일 "금융불안에 대비하기 위해 비상경영 체제에 들어간다"고 공식 선언했다. KB금융지주는 오는 11월3일 각계 주요 인사들을 초청한 가운데 진행할 예정이었던 출범 기념리셉션 행사를 전격 취소한 데 이어 그룹 임원 급여도 동결하기로 했다. 황 회장은 이날 전 계열사 사장단 앞으로 보낸 서한에서 "수익성 하락과 비용 증가로 경영관리에 어려움을 겪는 상황"이라며 "수익과 비용 측면에서 획기적인 개선 노력을 해달라"라고 주문했다. 그는 또 "투자계획 시기를 조정하거나 재검토하는 한편 급하지 않은 비용과 행사경비 집행은 최대한 자제하라"고 지시했다. 신한은행도 지난 1997년 IMF 외환위기 이후 최대의 경영위기에 직면했다고 판단, 다음주 말 임원 워크숍을 갖고 위기극복을 위한 액션플랜을 내놓을 계획이다. 신한은행은 임원 급여 동결 등 다각적인 방안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신한은행이 임원 급여를 동결할 경우 이는 IMF 외환위기 이후 처음이다. 신한은행의 한 관계자는 "신한은행은 다른 은행보다는 수익성이 나은 편이지만 파생상품 손실, 대출 부실 확대에 따른 대손충당금 전입 등으로 상황이 좋지 않다"고 말했다. 신상훈 신한은행장도 최근 "8월 이후 경기 민감 업종의 연체율이 상승세로 전환했다"며 "신용경색과 글로벌 경기둔화로 제조업의 연체율도 지속적으로 증가해 은행의 건전성에 적신호가 울리고 있다"고 경고했다. 이팔성 우리금융지주 회장도 매월 둘째ㆍ넷째주 월요일에 계열사 최고경영진 전원이 참석하는 회의를 열어 시장정보 공유, 유동성 관리 현황 등을 점검하고 있다. 우리금융의 임원 급여는 5년째 동결된 상태다. 하나은행은 유동성을 늘리기 위해 다각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하나금융지주는 이미 7월 말 실적 발표회에서 김승유 회장이 "비상을 걸어야겠다고 생각한다"고 밝힌 후 그룹 차원에서 비상경영에 돌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