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파생상품 이야기] ⑩·끝 금융의 반도체, 파생상품시장 키우자

거래규모 GDP의 4배로 성장…적극 육성, 금융 선진국 이룩해야<br>상품개발등 시장 경쟁력 위해 금융공학 전문가 양성도 시급


윤만호 산업은행 금융공학실장

중국 동부지역의 ‘모소’라는 대나무는 첫 순을 보기까지 5년의 기간이 필요하다. 씨를 뿌린 뒤 5년여 기간동안 땅 속 줄기만 넓고 깊게 성장, 충분한 영양분을 흡수할 수 있는 기반을 다져놓은 뒤 땅 밖으로 나와서는 1년 만에 20m 정도로 빠르게 성장한다. 이 대나무가 이처럼 놀라운 성장력을 보이는 것은 5년이라는 기간동안 성장의 잠재력을 확충하는 준비된 기간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다. 2000년대 국내 금융산업도 이와 유사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90년대말 외환위기라는 큰 파고를 경험한 후 효율성과 경쟁력을 최우선으로 하는 고통스런 구조조정을 거친 뒤 비교적 빠른 기간 내에 여러 분야에서 금융혁신이 이뤄져 왔으며 그 최일선에 바로 파생금융상품이 자리 잡고 있다. 파생상품이 금융 선진국에서는 일반화된 금융조류였음에도 불구하고 우리에게는 미국의 오렌지카운티 사태나 영국 베어링사의 파산과 같은 금융사고의 주역으로 인식되어 왔다. 세기적 금융사고에도 불구하고 파생상품은 상품자체가 갖는 효율성과 유연성으로 이제 거스를 수 없는 대세로 자리하고 있으며 이는 우리에게도 예외가 아니다. 지난해 우리나라 금융기관의 전체 파생거래 규모는 무려 2경2,756조원으로 정부예산의 20배가 넘고 우리나라 국내총생산(GDP)의 4배 수준에 이를 정도로 성장했다. 일부 금융기관은 파생거래 잔액이 총자산 규모보다 더 클 정도로 파생거래가 활발하게 취급되고 있다. 또한 최근 급격한 환율변동을 경험한 기업들은 파생거래를 통해 환율 변동위험을 관리하고 있으며 일반 개인들도 주가연계증권, 환율연동부 예금, 파생상품펀드 등을 통해 직간접적으로 파생상품에 투자하고 있어 그동안 일부 금융전문가들의 영역으로만 국한되어 있던 파생상품이 일반기업 및 개인들의 생활 깊숙이 자리 잡아 가고 있다. 이런 추세는 앞으로 보다 확대돼 예금, 대출 및 투자와 관련된 모든 금융상품에 파생상품이 결합되는 모습으로 나타날 전망이다. 국내 파생시장이 지난 10여년 사이에 이처럼 괄목할 만한 성장을 이뤘지만 앞으로 10년은 과거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의 변화와 성장이 예상된다. 금융 선진국으로의 진입을 꿈꾸는 우리나라로서는 파생상품시장을 경쟁력 있게 육성해 나가야 한다. 이를 위해 파생상품거래에 대한 이해와 역량의 강화가 필요하다. 금융공학 전문인력의 양성도 절실하다. 파생상품이 활성화 되기 위해서는 금융전문가의 확보가 필수적인데 우리나라 금융인력의 경쟁력은 선진국에 비해 한참 뒤떨어져 있는 현실이나 정부가 금융전문대학원 설립을 통한 금융인력 양성을 계획하고 있어 다행이라 하겠다. 파생상품 거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산학협동의 활성화와 IT 등 주변 인프라 산업의 동반 성장이 요구된다. 오늘날과 같은 ‘국경없는 무한경쟁시대’, ‘유비쿼터스 뱅킹시대’의 금융반도체가 바로 파생상품이다. 파생상품 없이는 금융의 신시장 개척, 신상품 개발, 신금융 기법의 습득 등이 곤란하기 때문이다. 산업은행은 국내 파생상품시장의 조성을 위해 노력해왔던 경험을 바탕으로 앞으로도 원화 신용파생시장과 같은 금융의 블루오션을 개척하는데 앞장서 나갈 계획이다. 우리나라가 동북아 금융허브 시대를 적극적으로 준비하기 위해서라도 국내 파생상품시장이 금융의 반도체답게 금융산업 전분야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담당하게 되는 모습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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