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레드오션에 빠진 금융권] (4)동북아 허브의 구멍, 증권업

수수료율 과열경쟁 우울…제살 깎아먹기식 경쟁으로 실적 잇단 감소<br>고객 이탈도 가속, IB업무도 외국계에 내줘 "정부가 업무영역 확대등 적극나서야" 지적


“국내 증권사 전체 자산규모가 미국 메릴리치 증권사의 7.5%에 불과하고, 국내 자산운용사의 전체 수탁고가 미국 피델리티의 17.1 %로 왜소하기 그지없다”. (윤증현 금감위원장) “증권업계의 구조조정과 대형화를 통해 대형금융기관이 투자은행화 할 수 있도록 여건을 조성한다. 증권사의 대형화가 마무리되면 대형화된 증권사들이 글로벌 네트워크를 갖추고 있는 외국금융기관과 전략적 제휴를 맺고, 합작회사 설립 또는 M&A를 추진하도록 한다”. (재경부 동북아금융허브 육성방안) 정부가 증권업 구조조정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핵심 정책 과제로 추진중인 동북아 금융허브 도약을 위해서는 한단계 성숙한 증권산업이 필수 불가결한 요소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국내 증권업의 현실은 이런 정부의 의지와는 한참 떨어져 있다. 여전히 개인들의 주식거래 수수료 수입에 의존한 단순한 수익구조를 가지고, 서로 고객을 빼앗고 뺏기는 수수료율 경쟁에 매달리는 있는 실정이다. 특히 최근에는 금융업간의 영역이 허물어지면서 은행ㆍ보험 등 타금융기관과 힘겨운 싸움을 벌이고 있다. 이 가운데 증권사의 경영은 갈수록 열악해지고, 증권산업의 경쟁력도 갈수록 떨어지고 있다. ◇단순한 영업구조, 우울한 실적= 2004 회계연도중 국내에 영업중인 57개 증권사의 순이익은 3,149억원으로 전년에 비해 75%나 감소했다. 특히 42개 국내 증권사의 순이익은 467억원으로 무려 95.3%나 줄었다. 이에 비해 15개 외국계 증권사 한국지점의 순이익은 2,682억원으로 1.5% 감소에 그쳤다. 국내증권사와 외국계의 이 같은 차이는 수입구조에서 발생한다. 증권업협회에 따르면 국내 증권사의 경우 위탁매매수수료가 전체 수입의 55%(2004년 기준), 펀드판매가 14%를 차지해 수수료수입이 70%에 육박한다. 특히 국내 증권사의 수수료수입의 77%를 차지하는 주식선물수수료율은 증권사간의 경쟁이 격화되면서 지난해 0.16%까지 떨어졌다. 반면 외국계의 경우, 주식 수수료율은 0.25%에 달하고 고부가 부문인 기업금융 등에서 강점을 가지고 있어, 주식시황 등에 큰 영향 없이 안정적인 수익을 올리고 있다는 것이다. 한 외국계 증권사 임원은 “외국계 증권사는 다양한 네트워크를 가지고 블록세일(대량 매매) 등에 강점을 가지고 있다”며 “외국계 투자자와 주식 매도자의 입장에서 원하는 주식을 원하는 만큼 구해주고, 매수자를 찾아주기 때문에 수수료가 비싸더라도 외국계 증권사를 찾게 된다”고 말했다. ◇개인고객은 은행에 뺏기고, IB는 외국계에 치이고= 증권사의 개인고객 이탈도 더욱 가속화되고 있다. 적립식펀드로 대표되는 간접투자 바람이 불면서, 증권사 창구보다 은행에서 펀드를 가입하는 고객이 늘고 있다. 은행의 펀드판매비중은 2003년 18%에서 최근 30%까지 확대됐다. 이 같은 간접투자 바람은 개인들의 직접주식투자 감소로 이어지면서 증권사의 수익에도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증권사들이 미래의 대안으로 꼽고 있는 IB업무(투자은행) 및 인수합병(M&A)부문에서는 외국계가 압도적인 우위를 점하고 있다. 지난해 지난해 5,000억원 이상의 초대형 인수합병(M&A) 13건 가운데 1건을 제외한 12건이 모두 외국계증권사가 주간사 역할을 했다. 1,000억원 이상의 회사채 발행도 절반 이상을 외국계가 독식했다. 증권사의 입장에서는 텃밭은 타 금융권에 내주고, 새로운 땅은 찾지 못하는 있는 셈이다. 이상빈 한양대 교수는 “국내증권사들은 비슷비슷한 상품을 가지고, 상대방 꼬리잘라 먹기식 영업을 하고 있다”며 “증권사간 규모의 차이는 있을 지 언정, 질적차이는 없는 상태로 전체적인 경쟁력은 갈수록 떨어지고 있다”고 진단한다. ◇구조조정은 지지부진=최근 LG투자증권-우리증권, 한투-동원증권, 대투증권의 하나은행 인수 등 몇몇 증권산업의 구조조정 사례가 나타나고 있지만, 이 역시 증권업 내부의 자발적 구조조정이라기 보다는 외부적인 요인에 의한 불가피했던 것이다. 증권사 수만 보더라도 지난 97년 58개에서 최근 54개로 4곳이 줄었을 뿐이다. 특히 국내 증권사는 36개에서 39개사로 오히려 3개사가 늘었다. 또 대다수 증권사는 위기 극복을 위한 적극적인 구조조정보다는 ‘주가상승-수수료 수입 상승- 회사 유지’라는 과거의 등식에 매달려 꿈쩍도 하지 않는 상태다. 한 소형증권사의 임원은 “중소형 증권사 소유주의 상당수는 회사의 비전이나 증권산업의 발전보다 증권사를 가지고 있는 데서 오는 유ㆍ무형의 메리트에 더 집착하고 있는 게 현실”이라며 “중소형사의 통폐합을 통한 구조조정은 상당기간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김형태 증권연구원 부원장은 업계의 자발적인 M&A를 통한 자연스런 구조조정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정부가 적극 나서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정부가 업무영역 확대 등 증권사의 영업적 기반을 확대해 줘야 하고, 업계는 잃어버린 투자자 신뢰?맙?적극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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