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3일 오전 세종문화회관에서 「제34회 납세자의 날」 행사를 가졌다.기존 「조세의 날」을 「납세자의 날」로 바꾼 것은 국민에게 친근한 세무 행정을 펼치겠다는 의지이다.
이날 행사에는 박태준(朴泰俊) 국무총리, 이헌재(李憲宰) 재정경제부 장관, 김상하(金相廈)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등 경제 4단체장, 시민단체 대표 등 400여명이 참석했다.
손길승(孫吉丞) SK텔레콤㈜ 회장은 납세 의무를 성실히 한 공로로 금탑산업훈장을 받았으며 김순택(金淳澤) 삼성SDI 대표와 이중용(李仲鎔) 삼성전자 상무가 은탑산업훈장, 이원보(李源甫) 계룡건설 회장 등 3명이 동탑산업훈장을 받았다.
외국인 가운데는 유일하게 존 씨베이 한국코닥㈜ 대표가 국무총리표창을 받았다. 인기 탤런트 겸 영화배우 고소영(高素榮)씨는 지난해 5억800만원의 소득을 신고, 1억8,900만원의 세금을 내 모법 납세자로 대통령 표창을 받았다.
朴총리는 이날 기념사를 통해 『국민 여러분이 낸 소중한 세금이 국가사회 발전에 꼭 필요한 부분에 알뜰히 사용되고 공평하고 투명한 세정이 실현되도록 세정개혁을 이루겠다』고 말했다.
朴총리의 언급처럼 세정 개혁은 시급한 과제다. 정부가 꾸준히 세정 개혁을 외치고 있지만 여전히 국내 세정은 국민 정서와 괴리돼 있다. 샐러리맨의 근로소득은 「유리지갑」에 비유될 만큼 투명해 100% 납세 의무를 이행하고 있지만 자영업자의 소득은 제대로 파악되지 않아 과세형평성의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과세 형평성이 부족하다=조세 정책의 기본은 과세기반의 확대와 효율적이고 공평한 과세다. 하지만 국내 조세제도는 세수 기반과 효율성 및 공평성에서 모두 불만을 사고 있다.
한국조세연구원은 지난해 한국경제 중장기비전 공청회에서 세금 감면의 단계적 축소 및 정비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소득이 있으면 세금을 내야 함에도 국내 세제는 지난친 예외 규정을 두고 있다.
세수 확대와 탈세 방지를 위해 소득·증여·상속세 등에 대한 과세 대상을 법률에 일일이 나열하는 열거주의를 어떤 형태의 소득이든 과세를 할 수 있는 포괄주의로 전환할 필요성도 제기되고 있다.
◇세무 조사 실효성·투명성 없다=현진권(玄鎭權) 한국조세연구원 연구위원은 『국세청의 세무조사 대상이 적고 조사에 대한 투명성도 떨어져 탈세를 막는데 별다른 역할을 못한다』며 『세무조사 대상자 선정 및 구체적 과정을 납세자들에게 투명하게 밝혀야 한다』고 말했다.
국내 세무조사 대상자 선정비율은 소득세 납세자의 0.2∼0.3%, 부가가치세의 0.1%에 불과한데다 벌금인 가산세도 선진국보다 낮은 10∼15%에 그치고 있다. 탈세가 심각한 과세특례대상 납세자의 경우 세무조사 선정비율은 0.01%로 거의 조사대상에서 면제돼 있다.
국세청의 조세범 고발 건수도 90년과 92년 각 1건, 94년 7건, 96년 15건, 97년 17건, 98년 43건 등으로 매우 적어 납세자의 성실납부를 유도할 수 없다.
◇세금 종류 선진국보다 많다=전국경제인연합회에 따르면 국내 조세 세목은 국세 16개, 지방세 15개 등 모두 31개다. 이는 국제적 과세 기준을 적용하고 있는 미국 18개, 영국 16개, 독일 19개, 프랑스 17개 등에 비해 12~15개 더 많은 것이다.
특히 교육세와 교통세 등 목적세의 경우 재원의 배타적 운영으로 재원 배분에 애로를 초래하고 재정 지출의 경직성과 낭비를 가져올 수 있다.
전경련은 이에 따라 농특세와 교육세, 교통세 등 목적세를 본세에 통합하고 실효성 없는 세목을 통·폐합하는 등 정비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정재홍기자JJH@SED.CO.KR